영화진흥위원회의 위원 위촉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를 뿌리깊은 신·구세대간의 갈등으로 보고 있지만 상당수 영상업계 관계자들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관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500억원에 달하는 영화진흥금고 운영권과 수천억원에 이르는 문화산업진흥기금 등 「파이」를 쥐기 위한 주도권 싸움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영화인협회의 자격시비 화살이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문성근씨보다는 신세길 위원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일부 영화계 관계자들이 신 위원장에 대해 『전문 경영인일지는 모르나 영화산업의 특성을 모르는 비전문가』라고 격하하고 나선 것도 속을 들여다 보면 영진위가 영화인 중심으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감정적 대응발언으로 영상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영상업계는 영화계와는 달리 영진위가 「영화인 중심으로 구성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영화계 중심으로 영진위가 출범할 경우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영화계만을 위한 기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문화관광부가 이번에 위원을 위촉하면서 크게 고심한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는 후문이다.
신세길 위원장을 내세운 것과 김우광 SBS프로덕션 전무 등을 선임한 것은 영화만이 아닌 거시적인 영상산업 지표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측은 특히 논란을 빚고 있는 신 위원장의 「친정」 문제도 삼성이 사실상 영화 등 영상분야에서 완전 철수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영진위가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점도 주목거리다.
물론 영진위가 스크린쿼터 문제를 비롯한 영화정책 수립 등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약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문화산업진흥기금 운용에 깊숙히 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 기금의 운용을 위해 민관중심의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해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위개념의 「문화산업진흥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산업만을 위한 투자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는 게 문화부의 설명이다. 따라서 영진위의 활동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파문은 영화계의 위원자질 시비로 불거져 나왔지만 실제로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