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정부가 새 방송법(안)을 확정, 지난 4월21일 공식 발표하자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새 방송법(안)은 작년에도 초안 발표 이후 방송계는 물론 정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재검토에 들어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의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법(안)이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해 1월28일 국무장관 회의석상에서 였다. 그러나 이 법(안)이 각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지난해 11월10일 공영방송사의 구조개편 및 공영 텔레비전 채널의 광고시간 축소를 주요 골자로 한 새로운 안이 나왔다.
그러나 「프랑스2」 「프랑스3」 「RFO」 등 5개의 공영방송사를 하나로 통합해 법적 위상을 부여하고 공영방송사의 예산과 재정을 3년 단위로 운영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진 이 법(안)은 사안의 중요성 때문인지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특히 본래 개정(안)의 취지와는 달리 상업방송만 이득을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정부 당국으로서도 법을 선뜻 개정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프랑스정부가 이번 개정법(안)의 근본 정신에 이의를 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로서는 문화부가 공을 들여 마련한 이 법(안)이 문제없이 통과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프랑스정부가 작년 12월1일 문화부에 법(안)의 내용에 대해 수정을 요구한 것은 이 법(안)이 국회까지 가서 거부당하기 전에 미리 손질하자는 의도였다. 이런 이유로 그간 각계의 의견을 다시 수렴, 이번에 최종안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새로 마련된 법(안)은 공영방송계의 구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프랑스2, 프랑스3, RFO 등 5개 기존 공영방송사를 통합해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그룹 체제로 개편하는 한편 통합 공영방송 회장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5년 임기로 방송위원회에서 임명하며 자회사 사장은 회장이 직접 뽑도록 했다. 이는 각 사업체들의 독립성을 인정, 자립성을 키우되 이들을 하나로 엮는 연계구조를 구축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운영을 기대해 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통합 뒤에도 공영 방송사의 예산은 지금까지와 같이 국회에서 결정하며 통합 방송사의 명의로 지급된다. 단지 이제까지와 다른 점은 예산과 결산 집행이 1년 단위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3년 단위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는 공영방송사가 보다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차원에서 사업을 펼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광고수익의 절감은 이번 법(안)가운데 초미의 관심사다. 초안에서는 시간당 5분으로 제한했던 것이 최종안에서는 8분으로 늘어났으며 광고수익의 절감으로 야기되는 재원부족분은 수신료 인상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또한 민영방송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권한을 엄격하게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방송위원회(CSA)는 민영방송의 방송활동, 특히 보도방송에 있어 공정성과 독립성 준수 여부를 감독·규제할 강력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엄밀히 말해 개정안에서 방송위원회의 규제권 자체는 새로운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방송위원회가 보유하고 있던 평소의 권한을 한층 강화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과는 다르다. 방송위원회는 민방의 보도방송이 방송사나 주주의 이익에 관여하지 않고 철저히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통제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특히 새 방송법(안)은 그동안 여러가지로 흩어져 있던 법들을 한데 묶었으며 프로그램 방영과 관계된 법안 역시 대폭적으로 손질했다. 지금까지 채널별로 들쭉날쭉했던 지상파 채널의 영화방영을 칙령에 의거 규정했으며 위성과 케이블TV 방송의 프로그램을 서로 조화시키도록 제안하고 있다.
방송위원회 역시 위성과 케이블TV 방송의 프로그램 공급내용을 규제할 권리를 지니도록 했으며 케이블TV사업의 허가제를 간소화해 규제를 대폭 완화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프랑스정부의 새 방송법(안)은 국회 심사를 거친 뒤 가결되면 올 여름부터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자료제공: 방송 동향과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