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교통시스템 DB표준화사업, 총체적 "혼선"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구축의 기반이 되는 교통DB 표준화 관련연구 및 사업이 기관간 상호협조가 되지 않아 통일성없이 진행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5일 관련 산·학·연에 따르면 교통개발연구원·자동차부품연구원·한국전산원·한국산업표준원 등은 연말까지 각각 교통DB구축용 표준 연구 및 DB구축사업 등을 마치기로 했으나 국제표준화 동향 파악은 물론 일관된 대응책도 없는 등 ITS표준화에 대한 불감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의 ITS분야 전문위원회인 ISO TC204는 교통지도 및 DB표준으로 유럽방식의 GDF(Geographic Data File)포맷 등을 내년 2월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표준에 의해 전개될 교통DB 및 전자지도 제작분야에 미칠 파급효과에 주목할 시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보화근로사업의 일환으로 올 연말까지 109억원을 들여 전국 교통DB구축사업을 추진하는 교통개발연구원(KOTI) 측은 포맷표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OTI 측은 올 연말까지 구축될 교통DB구축사업용 포맷에 대해 『지리정보시스템(GIS)분야 공간데이터변환표준(SDTS)이나 미국 교통표준인 TIGER 또는 GDF 중에서 어떤 표준을 선정할 지 연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혀 전문가들로부터 『과제수행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또 올초 한국전산원의 GDF­K과제 수행자로 선정된 자동차부품연구원은 GDF포맷과 함께 교통DB구축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지도간포맷일치화작업표준(WG3·3:위치정보참조확인표준)전문가 부재로 인해 이 분야에 관한 한 초보수준의 연구를 할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이다.

 특히 한국전산원은 연말까지 완성될 GDF­K 연구성과를 반영한 DB포맷 초안을 마련, 이를 정보통신표준(KICS)으로 삼는다는 입장이어서 측량법에 따른 전자지도 관할 부서인 건설교통부와 심각한 마찰도 예상된다. 건교부 측은 『ITS표준화 부분에 대해 협조하되 교통체계효율화법에 따라 ITS분야를 건교부 주도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GIS 및 지도 전문가들은 『전자지도부분은 측량법에 따라야 하므로 부처간 협의없는 전산원의 지도표준화작업은 향후 교통DB사업을 위한 절차상 및 시행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각 부처와 산하연구기관들의 협력체제 부족 및 전문성 부재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지난달 드러난 바 있다.

 국립기술품질원은 올초 ISO TC 204의 WG3표준 등 3개 표준에 대한 자본재표준화사업 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전산원·자동차부품연구원 등의 기존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의를 받고 GDF 이외의 과제를 내년으로 이월했다.

 이같은 연구기관간 협조·전문가 부재라는 난맥상에 대해 관련 산·학·연은 『각 연구기관간 협력체제 미비와 전문가 부족의 문제가 결국 국제ITS분야의 최신 기술발전을 신속히 수용해 관련 HW 및 SW를 개발·제작해 수출하는 유관산업 육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주춧돌(표맷표준) 조차 설정하지 못한 채 이뤄지는 교통DB사업은 결국 ITS분야 DB사업의 중복투자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