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R
국내 VCR시장은 지난 94∼95년을 정점으로 총수요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300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고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신규수요보다는 대체수요에 의존하는 등 관련시장이 하향안정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시아에서 조립생산한 염가형 일제 VCR의 국내진입도 이미 이루어진 상태여서 다음달 본격화될 일본산 VCR의 공세에도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파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게 국내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VCR시장이 고기능을 갖춘 고급형 시장과 사용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저가 보급형 시장으로 양분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고급제품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산 VCR의 시장침투 가능성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우회생산된 보급형 일제 VCR의 시장점유율이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히 상존하고 있다.
한국산 VCR가 신흥공업국의 염가형 일제상품과 일본산 고가상품 사이에 끼여 고전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산 VCR의 주력상품이 슈퍼VHS방식이나 하이파이급이기 때문에 2헤드와 4헤드급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시장에 즉시 진입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VCR 생산라인 자체에 격차가 있어 일본업체들이 제조설비를 고급기종에서 2 또는 4헤드로 바꾸면서까지 한국시장 진입을 시도할 리 없다는 것.
특히 같은 기종의 VCR일 경우 일본산의 생산비가 한국산에 비해 35% 높은 구조이기 때문에 일본산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국내업계는 폐쇄적인 한국시장의 VCR 유통망과 사후관리(AS)망에 기대어 수입선다변화 해제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변동으로 국산과 일본산 VCR의 가격차가 줄어들 수 있고 양판점 및 대형 할인점과 같은 신유통의 완전경쟁체제에서는 디자인과 기능에서 장점을 가진 일본산의 판매량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지마·야마다·베스트·데오데오·레옥스 등 일본내 대형 양판점의 한국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VCR는 물론이고 국내 가전시장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베스트는 한국내 상표등록을 완료하고 한국시장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고 레옥스도 상표등록을 마친 후 국내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은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VCR 가격경쟁력 제고 및 유지, 유통망과 AS망을 재정비하는 등 능동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기존 대리점을 품목별로 전문화하는 것도 시장수성의 한 방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와 같은 신흥공업국에서 조립된 염가형 일제 VCR는 성능면에서 일본산과 차이가 없는데다 생산비용도 한국산보다 27% 정도 적어 소비자가격이 한국산에 비해 20∼30%, 많게는 40%까지 저렴하다.
이러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VCR시장의 저변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한국산 VCR 원가의 10% 정도가 로열티로 빠져나가고 부품 수입의존도가 30%에 이르는 점도 문제다.
한국산 VCR의 자생력이 위태로운 점을 로열티를 받아가고 핵심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한국시장 진입에 이용할 소지도 충분하다.
따라서 국내 업계 스스로 국산제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고기능 VCR의 개발과 함께 신유통 영업에 대한 대비 및 기존 대리점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전방위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