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외국 애니메이션업체들의 합작제의가 잇따르고 있으나 상당수가 국내 업체들에 원화·동화·셀작업 등 하청 성격의 작업에 투자형식으로 참여, 추후에 판권 및 지분을 나눠 갖자는 등의 「TV애니메이션 쿼터」를 따내기 위한 「눈가림」 합작제의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에 하청을 주던 외국업체 가운데는 이같은 공동제작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의해 이를 거절할 경우 거래선을 옮기는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어 업체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작년 10월부터 지상파 방송들에 국산 만화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편성토록 하고 있는 데 힘입어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창작에 나서고 있고 그동안 국내에 하청작업을 맡겨오던 외국 애니메이션업체들로부터의 합작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국업체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자본금이나 제작비에 대해 대규모 투자하기보다는 자신들은 기획안과 시나리오, 후반작업을 진행하고 국내 업체들은 종전에 해오던 하청작업(메인 프로덕션)을 투자개념으로 떠맡는 형식으로 공동제작해 나중에 판권 및 지분을 나눠 갖자는 형태의 합작 요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근본적인 합작취지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한 중소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A사는 연간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하청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던 외국의 S사로부터 최근 이를 공동제작형식으로 전환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회사 사정상 추가 자금 투자가 어렵고 동일한 일에 대해 대금을 받는 하청이 아닌 투자로 전환할 경우 예상되는 매출압박을 우려한 A사가 이를 거절하자 S사는 이 하청작업을 공동제작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다른 회사로 넘겨 버렸다.
이는 최근 외국업체들의 하청물량이 중국 및 동남아 등지로 옮겨가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간 물량확보경쟁이 가격경쟁의 단계를 넘어서 인건비(하청대금) 대신 작품의 지분을 받는 조건까지 수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외국업체들은 현행 「국산만화영화 쿼터제」가 국내 업체의 지분이 30% 이상인 외국과의 합작품도 국산과 동일한 대우를 하고 있는 점에 주목, 국내 업체들의 지분참여를 확보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동기획 및 투자, 공동마케팅이 아닌 이같은 비정상적인 합작은 외자유치 차원에서나 국내 제작업체들의 창작력 및 마케팅력 제고 차원에서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