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오는 7월 수입선다변화 해제조치는 국내 전기밥솥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밥솥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권 지역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인 시장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은 아시아권 내에서도 다섯번째 안에 드는 시장규모를 지니고 있는 한국시장을 호시탐탐 노렸으나 그동안 수입선다변화 조치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때문에 일본업체들은 오는 7월 수입선다변화 조치가 해제되면 그동안의 한을 풀 듯 국내시장을 집중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업체들은 전기밥솥의 수입선다변화 해제를 겨냥해 이미 국내시장 분석을 마치고 시장공략을 위한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내업계는 조지루시·타이거·미쓰비시 등 일본의 주요 전기밥솥업체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전기밥솥시장 규모는 지난해 160만대에서 올해에는 19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에서 고급기종이라 할 수 있는 전기압력밥솥이 60만대에서 70만대를, 기계식 또는 마이컴식 전기보온밥솥이 나머지를 각각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전기압력밥솥 중에서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전자유도가열식(IH)의 비중은 매우 미미하고 가열판식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현재 일본내에서 IH 압력밥솥만을 생산하고 전기보온밥솥은 동남아 현지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업계에서는 수입선다변화가 해제되면 압력밥솥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과 마이컴식 보온밥솥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압력밥솥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같은 일제라 하더라도 동남아산 제품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업계가 본토에서 생산한 압력밥솥을 주무기로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열판식 압력밥솥을 생산하고 있는 전문업체들은 일본산 IH 압력밥솥이 국내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 경우 압력밥솥시장이 가열판식에서 일거에 IH로 대체돼 존립기반을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일본산 제품은 IH 압력밥솥이지만 국내시장에서는 IH 압력밥솥의 비중이 미미하고 일산제품의 압력도 국산에 비해 낮아 큰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때문에 이들은 오히려 가격과 품질경쟁력이 앞선 동남아산 보온밥솥이 국내시장을 위협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주타격 대상이 압력밥솥이 될지 마이컴식 보온밥솥이 될지는 일본업체들의 전략과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본제품이 소비자들의 맹목적 선호도 때문에 내수시장을 급속히 잠식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일산 전기밥솥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한때 매우 대단했다. 10여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손에 일본 조지루시사의 코끼리표 전기밥솥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유행이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국산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그때에 비해 매우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일산과 경쟁을 치른 적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일산 전기밥솥에 대한 선호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업계는 190만대로 예상되는 올해에만 일산제품의 점유율이 5%에 달하고 내년에는 8%, 그리고 2001년에는 1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특히 2003년께는 일산제품이 내수시장의 20%를 점유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