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엘리베이터> "세계"를 싣고 "상승 버튼"

 동력을 기반으로 전용 승강로에서 레일을 따라 위·아래로 이동하는 케이지를 이용해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는 기계장치인 엘리베이터는 1852년 미국의 E G 오티스에 의해 발명된 이래 현대사회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오티스가 개발한 엘리베이터는 랙이 부착된 가이드레일을 따라 카프레임이 오르내리는 원리를 갖는 단순한 승강장치에 불과했다.

 이후 권상기·정지장치·층선택장치·직류가변전압 제어장치 등 신호제어 관련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지금과 같은 제품으로 발전했다. 특히 50년대에 접어들면서 다수의 엘리베이터를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군관리방식이 개발됐고 80년대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방식, 90년대에는 통신·네트워크 등의 제어방식이 개발됐으며 건물의 고층화에 부응해 600m/min급, 750m/min급 고속 제품들이 속속 개발되는 등 기술발전을 거듭해 왔다.

 일본만해도 1890년 도쿄의 능운각이라는 건물에 미국 오티스 제품이 설치되는 등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엘리베이터 역사는 이제 겨우 90년 남짓하다. 1910년 조선은행 건물에 설치된 오티스 제품이 국내 최초의 엘리베이터였다.

 따라서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어느 정도 격차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해외에서는 헬리컬 엘리베이터, 더블데크 엘리베이터, 모빌 엘리베이터 등 건물과의 조화나 효율성을 높인 최첨단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사람이나 화물을 싣는 카부분 외에 기계실·승강로·승강장 등으로 이뤄졌다. 기계실에는 권상기·제어기기·층상선택기·조속기 등이 설치돼 있고 카는 프레임·바닥·카실·문개폐장치·카상부 점검용 스위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승강로는 레일·로프·균형추·이동케이블·리미트스위치·완충기가 달려 있고 승강장에서는 도어틀·승강장 문·승강장 버튼·위치표시기 등을 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권상기 쉬브와 로프 사이의 마찰력으로 구동하는 트랙션식과 유압식이 있다. 트랙션식은 카와 균형추가 로프에 의해 두레박처럼 연결돼 있고 각각 전용의 T자형 레일에 의해 수직으로 오르내린다. 기계실은 승강로의 바로 위에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승강로의 아래쪽 옆에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유압식은 승강로 상부에 기계실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지만 플런저 길이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용·침대용·승객용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처럼 엘리베이터는 다양한 방식과 2만여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수십종류의 기기로 구성돼 있는 복잡하고 정교한 전기기기 및 기계구조로 된 운반수단이다. 하지만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34만대 이상의 엘리베이터가 430억명의 승객을 태우고 연 24억㎞의 거리를 오르내리지만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연평균 15명에 불과하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보다 다섯배나 안전하다는 조사도 나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처음부터 이렇게 안전했던 것은 아니다. 발명 초기 뉴욕 침대제조업체의 기계기사였던 오티스는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오픈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등 목숨을 건 실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후 물통이나 수압피스톤을 이용한 브레이크는 물론 철사줄을 이용한 수동조작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전자브레이크·조속기·비상정지장치 등 15가지가 넘는 다양한 장치들이 부가되면서 엘리베이터는 안전한 수송수단 가운데 하나가 됐다.

 세계 승강기시장은 미국 오티스를 선두로 스위스의 쉰들러, 핀란드의 코네, 일본 미쓰비시, 독일 티센 등 이른바 빅5가 전체의 62%를 점유하고 있다.

 250억달러 규모의 세계시장에서 150억달러 이상을 점하고 있는 이들 업체 가운데 일부가 국내 업체와 구체적인 제휴를 모색하고 있어 70년대 이래 이들 업체의 영향력이 국내에 다시 전해질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LG산전을 선두로 현대엘리베이터·동양에레베이터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이들 3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7%에 달한다.

 중소업체로는 중앙엘리베이터·건영엘리베이터 등이 분발하고 있으나 자본력이 취약해 대기업과의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국내 승강기시장은 대략 4650억원으로 형성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건설 경기를 부양한다고 해도 산업의 특성상 6∼12개월은 지나야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물량도 지난 95년 1만8433대, 96년 2만985대, 97년 2만1992대에서 지난해는 1만7752대로 20% 가까이 하락했으며 올해도 지난해의 80%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올해는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 상태가 한층 더 심화되고 있어 업체간 내수물량 확보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의 건설 및 부동산 경기 활성화대책에 힘입어 전체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없지는 않다.

 이에 따라 대기업 3사는 올해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주 공략대상은 지난해 수출물량이 늘어났던 남미·중동·남유럽·북아프리카·동유럽 등이다. 아울러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동남아지역을 축으로 삼아 미국·일본시장과 함께 중국·스페인 등지로 수출을 늘려갈 계획이다.

 한편 올해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각종 승강기류의 신제품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속도 경쟁에서 앞서는 것이 기술력의 승리로 인식되던 시기가 지나감에 따라 다양한 기능과 옵션, 디자인, 원격감시시스템 및 각종 정보제공시스템, 엘리베이터 제어방식 및 운행방식, 각종 서비스 등의 요소에 주안점을 둔 제품이 속속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 역시 저가·보급형, 고부가가치형, 초절전형 등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산전은 분산제어방식과 인버터 기종을 앞세워 기술력을 과시하는 한편, 국내보다는 중국시장 진출에 주력키로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고속·고급 기종을 안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동양에레베이터는 인버터 제어방식을 채택하고 전부문을 디지털화한 수출전략형 제품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건물주의 요구사항을 반영, 디자인은 물론 건물의 용도와 기능에 따라 특화된 디자인을 프로젝트별로 수용하려는 추세다.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에 한국적인 요소가 가미된 고급 디자인 개발에 나선 것이다.

 또한 노후 엘리베이터 교체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판단 아래 다양한 패키지 개발을 통한 승강기 현대화사업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