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수입선다변화제도 완전 해제.. 장기적으론 큰 영향 없을듯

 이달 말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전면 해제됨에 따라 7월부터 모든 일본산 전자제품의 수입이 가능해져 국내 시장에서 한·일 전자업체간 한판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빗장이 풀리는 25인치 이상 대형 컬러TV·VCR·휴대전화·전기밥솥 등 4개 품목의 경우 해외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제품일 뿐 아니라 최종 소비재여서 단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품목별 수입의존도 및 다변화 해제의 영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일본업체들은 한국시장의 경기회복 지연 등을 이유로 올해 말까지 시장공략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는 등 관망자세를 취하다가 내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한국시장 진출을 모색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업체들은 컬러TV·VCR의 경우 국내 업체의 영향력이 커 공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일정 기간 조사를 거친 후 완전평면TV와 디지털TV를 중심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휴대전화의 경우 해외 생산제품 일부를 한국수출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기밥솥의 경우 일본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진출을 준비해온 상태여서 판매대리점 개설 또는 직판체제 모색 등 적극적 시장공략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로 보면 25인치 이상 대형 컬러TV는 소비자들의 일제 브랜드 선호도 등으로 수입선다변화 철폐 초기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특히 일본업체들이 시장장악을 노려 국내업체들의 대일의존도가 높은 핵심부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기술이전을 꺼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지상파 디지털TV 방송을 2001년부터 개시할 예정이고 이 분야에서는 일본에 뒤지지 않아 대형 TV시장 쟁탈전은 과도기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VCR도 일본업체들이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 OEM 공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피해가 크지 않지만 향후 디지털VCR 등 고기능 제품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휴대전화는 국내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수입선다변화 해제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일부 신규수요와 대체수요에 대해 브랜드와 디자인 등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일본제품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밥솥은 소비자들이 일본과 다른 방식의 압력밥솥을 선호할 뿐 아니라 시장규모도 작아 일본제품의 내수시장 잠식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으나, 소비자들의 일제 선호 취향으로 일본제품의 유입이 늘어날 경우에는 중소기업 중심의 국내 생산기반이 위축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수입선다변화제도 철폐는 단기적으로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한·일간 산업협력 및 업종간 대한 투자유치 등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건전한 경쟁을 통한 신제품 개발, 기술개발투자 확대 등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산자부는 내다봤다.

 산자부는 특히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완전 해제에 따른 전자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부품 및 핵심기술의 지속적 개발 △제품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 제고를 위한 부품 표준화·공용화 △국내 산업보호를 위한 반덤핑관세 부과, 긴급 수입제한조치 등 산업피해 구제제도의 적극적 활용 등을 추진키로 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