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민 삼성전자 중앙연구소 정보미디어 Lab장
혁명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프랑스 혁명이나 공산주의 혁명 등을 연상한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혁명은 우리의 의식을 크게 변화시켰고 기존의 사회질서를 뒤집어 놓았다.
앞으로 맞이할 혁명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여기서 곧바로 「테크놀로지」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새로운 천년은 디지털 혁명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결론을 쉽게 내놓을 수 있다.
인쇄술의 발달로 지식이 보편화하면서 르네상스라는 정신적인 혁명을 이루었고,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간이 노동력으로부터 해방되면서 19세기 말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급기야 농경사회에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로 바뀐 것이다.
그후 약 50년을 주기로 전화·TV·컴퓨터가 발명됐다. 특히 최근 컴퓨터와 통신의 발전이 디지털 혁명으로 이어져 바야흐로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인터넷은 전세계를 단일촌락으로 묶으면서 그 어느 시대보다 빠르게 개인·기업·국가를 변화시킴과 동시에 모든 인류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비록 근대화는 늦게 시작했지만 높은 교육열과 부지런한 국민성으로 재빨리 선진국을 뒤쫓고 있다.
그 결과 반도체 메모리 등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아직도 많은 보완이 요구된다.
우선 「기록하는 문화」의 정착이 요구된다. 나만이 알고 있는 습관에서 벗어나 모든 정보를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서 현 사회뿐만 아니라 후세사회에까지 남겨야 한다. 즉 상사만 바뀌면 온갖 체제·지식·정보가 함께 사라지는 구멍가게식의 사고방식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한 사람의 지식 위에 다른 사람의 지식이 쌓일 때 큰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가 기록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되면 미숙한 사회에서 성숙한 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일에나 「계획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조직화되면 미리 계획해야만 효율성을 가지게 된다. 치밀한 계획과 그에 따른 실행이 없다면 어느 조직이나 국가도 순식간에 무질서를 벗어나기 어렵다. 더구나 어느 한 사람의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계획성은 필수이다.
사회 구성요소간의 「원활한 의사소통」도 중요하다. 우리는 부모와 자식, 상사와 부하직원, 동료, 부서간에 좀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부단한 노력과 지속된 교육에서 이루어진다.
우매한 자는 때를 놓치고 현명한 자는 때를 안다.
단체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때의 흐름」을 놓치는 나라는 언제나 남의 뒤만을 쫓아가는 우매한 국가로 머무르게 된다.
앞서 말한 「기록하는 문화」 「계획하는 태도」 「원활한 의사소통」은 정보사회로 가기 위해 우리나라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인프라이며, 이런 바탕 위에서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될 때 밀레니엄 시대에 디지털 혁명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