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더는 지난 1월 이미 수입선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됨으로써 오는 7월로 예정된 완전해제를 앞두고 일본산 가전제품의 영향력과 국산제품의 반발력을 미리 검증해보는 지표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산 캠코더의 성능과 브랜드인지도가 세계 최고인 반면 국산 캠코더의 산업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에서 수입선다변화 해제로 인한 시장변화가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데다 국내업체의 대응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산 캠코더는 시장개방과 함께 수입이 1900% 가량 폭증,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약 8500대, 581만8000달러 어치가 국내로 유입됐다.
올해 15만∼20만대, 내년 5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시장에 대한 일본산 캠코더의 밀물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캠코더 보급률은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소비자의 구매선호도 1위 제품. 따라서 경기가 호전되고 여가문화가 발전하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산 캠코더의 시장침투는 더욱 활발해질 것은 분명하다.
이에 대응해 국내 유일의 캠코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가격경쟁력 유지」와 「안정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시장수성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캠코더 출하량은 올들어 4월까지 1만5000대를 기록했고 5월에도 8300대를 출하, 전년대비 30%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시장점유율 60∼70%를 고수하고 있다. 같은 기간에 수입된 일본산 캠코더보다 1.7배 큰 규모다.
따라서 올들어 일본산 캠코더의 수입증가는 그동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반입되던 수요를 대체하거나 잠식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일반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결과는 국산제품의 생산·물류비용이 일본산보다 30∼35% 정도 싼 만큼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는 게 삼성전자측의 주장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제조부문을 분사시켜 생산성 제고 및 제조불량률 끌어내리기에 주력하는 한편 소사장제를 통해 책임경영제를 정착시키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행해왔다.
여기에 수입제품의 아킬레스건인 애프터서비스도 삼성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캠코더가 가정에 거치되는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휴대사용 중에 사용자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고장률이 80% 이상인 점에 주목하고 앞으로 600여개에 이르는 전국 대리점망을 활용하는 사후관리체계를 운영, 소비자들의 국산 캠코더에 대한 신뢰도를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캠코더가 시장개방에도 불구하고 지난 6개월간 국산제품이 시장을 고스란히 확보함으로써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해제에 대비한 가장 모범적인 대응사례로 꼽히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산 캠코더의 성공사례는 아날로그 제품에만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세계시장은 물론이고 국내시장의 수요가 고기능 디지털 제품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디지털 캠코더시장은 소니를 비롯한 일본업체들에 내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산 디지털제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이전에 국산 캠코더가 하루빨리 시장에 선보이고 일본제품에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 등이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절반의 성공을 완전한 승리로 이끌어가게 하는 전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