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Trend.. 세계 연구동향

 원자의 세계를 다루는 나노기술이 실현가능한 기술임을 타진하게 된 것은 85년 주사터널링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y)의 발명이 계기가 됐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IBM 스위스 연구소 하이니 로러와 G 비니그가 공동 발명한 이 현미경을 통해 인간이 비로소 이론적으로 존재하던 원자를 직접 관찰하고 조작(움직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90년대 들어 나노기술은 세계 선진국에서 첨단 선도기술로서 각광을 받으면서 실제적인 연구와 응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미국·일본·유럽 등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IBM의 앨메이든연구소 아이글러 박사팀은 지난 90년 초저온에서 27개의 크세논 원자를 일렬로 움직여 IBM 글자를 구성, 원자를 이용해서 정보를 기억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 STM의 탐침으로 철(Fe)원자들을 구리결정 표면에서 하나씩 하나씩 움직여 한자어인 「原子」의 이미지를 구성해냈다. 최근에는 일산화탄소(CO) 분자들을 이용해 백금결정표면에 사람 형상을 구현하기도 했다.

 위스콘신대의 H 거클 교수팀은 미크론미터 단위의 톱니바퀴들을 만들어냈다. 버키볼(탄소 60개로 이뤄진 축구공 형태의 물질) 발견으로 9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라이스대 스몰리 교수팀은 최근 두개의 흑연봉 끝을 날카롭게 깎아 방전시켜 이를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노스웨스턴대 A 멀킨 교수도 최근 15㎚ 굵기의 원자펜 개발에 성공했으며 코넬대 연구팀도 실리콘 결정체 위에 나노미터 규모의 기타와 하프를 만들어냈다.

 일본은 범국가 차원에서 나노기술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학계·연구소·기업체를 묶어 「JRCAT」를 만들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90년대 초부터 나노기술에 대한 기초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난 91년 이지마 박사가 버키볼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노기술 구현용 신소재인 탄소 나노튜브를 처음 발견했다. 또 93년 NEC의 오시야마 박사팀은 탄소 나노튜브를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구명했다. 이와 함께 98년 덴소사는 도요타 승용차 실물의 1000분의 1밖에 안되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나노기술 기반의 마이크로카를 제작,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델프츠공대가 세계적인 나노기술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나노기술을 응용해 쌀알 5개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말벌 크기의 헬리콥터를 제조하는 등 나노기술 연구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밖에 이웃 중국은 지난해 8월 중국과학원 주최로 「중국청년과학자 나노과학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나노기술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도 분자 조합시에 사용되는 나노 로봇의 부품 개발과 나노기술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온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