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램 세대교체 반년 앞당긴다

 최근 세계 D램 업체들의 마구잡이식 64MD램 증산으로 96년과 97년에 이은 가격 폭락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1위의 D램 업체인 삼성전자가 당초 내년 상반기쯤으로 예상됐던 128MD램과 256MD램 제품의 대량생산 시점을 6개월 가량 앞당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외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9일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주력 제품인 64MD램의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오는 3·4분기로 예정된 반도체 9라인 가동시점에 맞춰 64MD램 생산량을 서서히 줄이고 128MD램과 256MD램 생산량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 상반기경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256MD램 양산시점은 이르면 오는 7월이나 8월경으로 6개월 정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256MD램의 조기 양산을 위해 당초 64MD램 5세대 제품과 128MD램·256MD램을 병행 생산하려던 반도체 9라인을 256MD램 전용 생산라인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D램 생산체제는 현재 64MD램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128MD램 라인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신규 9라인과 내년 건설 계획을 검토중인 10라인에서 256MD램을 양산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128MD램 및 256MD램 조기 양산 계획은 해외 메이저급 D램 업체들의 경쟁적인 생산량 확대로 64MD램 시장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세계 메모리 업계를 주도하겠다는 초강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당분간 초고수익이 보장되는 128MD램 및 256MD램의 초기시장을 장악, 호황 사이클로 접어들고 있는 D램 시장을 독식하는 동시에 64MD램의 생산원가를 대폭 낮춰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나 일본 NEC 등 주요 D램 업체들의 경우 128MD램 및 256MD램 양산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나 양산기술의 미비와 설비투자시기 지연으로 일러야 내년 2·4분기에나 양산이 가능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D램 산업에서 경쟁사보다 6개월 가량 먼저 차세대 제품을 양산한다는 것은 수익성에서 수십배 또는 수백배의 차이로 나타날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라며 『향후 세계 D램 시장은 당초 예상처럼 빅3나 빅4체제가 아니라 절대우위의 삼성전자와 2, 3개의 준메이저 업체가 공존하는 1+2나 1+3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