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정보기술(IT) 표준그룹 중에 컴퓨터그래픽 분야의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ISO/IEC JTC1/SC24」의 99 컴퓨터그래픽 국제 표준화 회의가 지난 7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서울 총회를 유치하고 개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아주대학교 김하진 교수(60)는 『최근 들어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응용하고 이를 확장해 각 산업 분야에 적용하는 움직임들이 전세계적으로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표준화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업체와 기관이 거의 없어 안방시장을 외국기업에 내주고 있다』며 『컴퓨터그래픽 활용과 신기술 변화에 적극 대처할 것』을 강조했다. 김 교수를 만나 이번 총회에서 결의된 표준안 내용과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현황·전망 등을 들어봤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컴퓨터그래픽 기술 표준안은 무엇인가.
▲광속거래(CALS) 분야에 응용되는 그래픽 표준인 CGM(Computer Graphics Metafile)을 웹기반으로 전환하는 오픈CGM 기술을 비롯해 인터넷 환경에서의 그래픽 데이터 보관·분배 표준, 가상환경에서의 데이터 표현과 상호운용성 보장 등을 위한 SEDRIS(Synthetic Environment Data Representation & Interchange Specification) 등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3, 4년 전부터 급부상한 인터넷·웹과 분산 네트워크 환경에 맞도록 기존 그래픽 표준을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이뤄낸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 서울 총회의 핵심 이슈를 꼽는다면.
▲이번 총회에서 집중 논의된 SEDRIS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SEDRIS는 지난해 미국 올랜도 총회에서 표준안으로 처음 공식 제기됐지만 원래 94년부터 미국 국방성을 중심으로 활발한 기술개발이 이뤄져왔으며 레이시온, ESRI, 선마이크로시스템스, SGI, 록히드마틴 등 33개의 전세계 각 분야 주요업체가 기술표준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등 그래픽 데이터 공유와 교환에 대한 차세대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SEDRIS의 개념조차 알려져 있지 않아 미래시장을 외국 업체에 고스란히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국방부나 그래픽 관련 업체들이 SEDRIS를 연구하고 응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컴퓨터그래픽 등 시각화 산업에 대한 국내 현황과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국내에는 아직 시뮬레이션, 지리정보시스템(GIS) 등 컴퓨터그래픽 응용기술 활용이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기술 인프라가 취약한 실정이다. 그래픽 분야는 CALS나 전자상거래(EC)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기술 중 하나이며 영상처리, 가상현실, 게임분야 등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SEDRIS만 해도 관련게임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연간 1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제까지 국내 업체들은 만들어진 표준안을 주먹구구식으로 갖다 쓰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앞으로 국제표준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대외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진흥원을 비롯해 정부·공공기관·연구기관에서는 인식제고, 전문가 발굴 등 육성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민간기업에서도 새롭게 부상하는 신기술 연구와 각종 표준화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김하진 교수는 92년부터 8년 동안 「ISO/IEC JTC1/SC24」의 한국 의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정보과학회 회장을 역임한 것을 비롯, 현재 정보올림피아드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