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61);발광 생물

 미국 뉴저지주 카터릿의 경찰서에 어느 날 이상한 신고 전화가 왔다. 평소 유독성 폐수 유출로 골치를 썩이던 수로에 이번에는 웬 수상쩍은 녹색 빛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다시 오염사태가 빚어질 것을 우려해 연방 재해대책반까지 동원, 정화장비를 갖추고 출동했다.

 빛의 정체는 해파리로 밝혀졌다. 발광하는 해파리 떼가 해류에 밀려 수로까지 흘러들어왔던 것이다. 빛을 내는 생물이라면 우리들 대부분은 개똥벌레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겠지만 뜻밖에 발광생물은 무척 종류가 많다. 게다가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있다. 심지어 바다의 플랑크톤도 빛을 낸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빛은 전기저항으로 전구의 필라멘트를 달궈 얻지만 발광생물들의 빛은 유기물질에서 나온다. 루시페린과 효소 루시페라제라는 두 물질이 화학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빛이 난다. 이 물질은 모두 생물체 안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며 그 종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발광생물들의 빛도 천차만별이다. 처음에 예를 든 것처럼 바다 발광생물의 빛은 대개 녹색인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녹색 빛이 수중에서 가장 멀리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상생물들의 빛은 다양한 색깔을 띤다. 남미에 있는 방아벌레는 배에서는 오렌지빛을, 등에서는 노란빛을 낸다. 또 역시 남미에 사는 철로벌레라는 곤충은 가운데에서 빨간색을 내고, 몸통 옆으로는 11쌍의 녹황색 광점을 지니고 있다. 그 모양이 마치 조그마한 밤기차 같다고 한다.

 빛의 밝기도 제각각. 빛을 내는 박테리아는 수조 마리가 모여야 겨우 60W 전구 하나의 빛에 해당될 정도지만 어떤 방아벌레는 3∼4마리만 있어도 책을 읽는 데 지장이 없다.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여자들의 머리장식으로 쓰기도 했다.

 개똥벌레들이 내는 빛은 물론 이성을 유혹하는 멋 부리기 치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복잡한 메시지의 전달 수단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무려 130가지 이상의 구분 가능한 신호 패턴을 밝혀냈다고 한다. 그 메시지는 같은 종의 이성에게 보내는 구애에서부터 적을 위협하는 경고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개똥벌레는 유독성 물질이 있어 고약한 맛이 나기 때문에 새나 다른 곤충들이 잘 잡아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개똥벌레의 빛이야말로 먹지 말라는 「경고등」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빛으로 수컷을 유인해서 잡아 먹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암컷 개똥벌레도 있다.

 발광생물들은 인간의 역사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1634년에 영국의 함대가 쿠바 침공 길에 올랐는데 밤에 가까이 접근해보니 해안에 수많은 불빛들이 빛나고 있어 방어태세가 탄탄한 것으로 판단, 작전을 포기했다. 오늘날 과학자들에 따르면 그 빛은 수천 마리의 발광 방아벌레 떼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 17세기에 스웨덴의 농부들은 나무에 기생하는 발광 곰팡이류를 이용해 헛간을 밝혔다고 하며,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은 야간에 적에게 발각되지 않으면서 지도를 읽기 위해 발광 곤충을 손바닥에 비벼 으깨어 이용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발광생물의 과학적 응용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정한 금속에만 빛으로 반응하는 박테리아를 개발해 금속탐지기로 쓰는가 하면 농작물에 특정 영양분이 부족하면 빛을 내게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더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살아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그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발광생물의 연구를 계속 발전시키면 언젠가는 전기가 필요 없는 무공해 자연조명 기술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