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인접권단체들이 최근 PC통신에 올라있는 모든 디지털화된 음원(이하 음악파일)을 삭제하라며 4개 PC통신사에 공문을 보내는 등 강공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한국음악출판사협회 등이 중심으로 한 이들 단체는 공문을 통해 『PC통신사들이 음악파일을 지우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파란이 일고 있다.
PC통신에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음악파일은 ra·rm 등 리얼오디오파일과 IP업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MP3파일. 특히 MP3는 CD에 버금가는 음질로 저작인접권단체들이 음악파일 삭제라는 초강경수를 두고 나선 원인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MP3파일의 건당 다운로드 가격은 1000원 정도. 전송비와 IP업자 몫을 제외하면 250원 정도가 저작권자의 몫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하는 한두 곡을 위해 1만원대에 이르는 CD를 구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저작인접권단체들이 이번에 PC통신사들에 대해 강력히 파일 삭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작인접권자들의 투자와 노력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기존 음반시장 수요까지 잠식당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인접권자들의 이같은 행동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은 실정이다. 네티즌뿐만 아니라 음반업계 일부에서도 MP3 등 음악파일시장이 아직 성숙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형성에 찬물을 끼얹는 「과잉대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음악파일시장이 기존 음반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VCR의 본격 보급 이후 영화계가 되살아난 것처럼 음반산업을 더 다져줄 수 있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한 음반사 관계자는 『수요가 있는데도 인위적으로 이를 막아보겠다는 저작인접권자들의 발상은 배타적 권리를 남용한 이기적인 주장일 뿐만 아니라 불법을 양산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천리안·나우누리·유니텔·하이텔 등 4개 PC통신사는 일단 저작인접권단체들이 문제시하는 음악파일을 모두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지난주 공개자료실에 올라있는 음악파일을 완전히 삭제했고 이번 주에는 IP업자들의 음악파일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그러나 4대 통신사들은 『저작권자의 권리보호 못지 않게 이용자의 사용권리 보장도 중요하다』며 반감을 보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통신 4사가 공동으로 PC통신망을 통해 MP3서비스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여론 확산을 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