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는 국내 가정용 소비전력의 45.5%를 차지, 가전기기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오는 9월부터 에너지효율이 C등급인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를 규제키로 한 데 이어 미국이 오는 2001년 7월부터 에너지성(DOE) 규제치를 30% 강화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지요.』
대우전자의 냉장고연구소를 맡고 있는 오진국 이사(45)는 최근 국내시장에 절전형 냉장고 붐이 일고 있는 이유에 대해 『소비전력 절감이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요약한다.
가전제품에 대한 에너지효율 제고는 이미 환경문제와 더불어 세계 가전업체들의 핵심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다 특히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의 냉장고에 대한 에너지효율 규제강화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들에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 이사는 『대우전자가 개발한 「동시만족」 냉장고는 이같은 추세에 맞춰 소비전력을 월 36∼42㎾ 수준으로 기존 제품에 비해 40% 낮추고 냉각성능은 2배 가량 향상시킨 제품입니다. 이 제품 개발을 직접 주도해온 엔지니어로서 인버터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소비자가격을 기존 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냉각성능과 절전효과를 높였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국내 가전업체들이 선뜻 절전형 냉장고를 상품화하지 못한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아직까지 냉장고의 절전효과를 높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는 냉장고 가격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반면 절전효과를 높이는 데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 대우전자는 「동시만족」 냉장고를 개발함으로써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것이다.
대우전자는 실제로 이 제품으로 국내 시장에 절전형 냉장고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다 그동안 빅딜파문으로 침체됐던 냉장고 판매량을 예년수준으로 회복시키고 특히 최근에는 매일 4시간씩 잔업을 실시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이달 중순부터는 이 제품을 환경 및 에너지효율과 관련한 규제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지역을 비롯해 대만 등 아시아지역에도 수출하기로 하는 등 국내외 시장에서 제품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물론 유럽지역에 수출하는 제품은 대체냉매를 채택하고서도 소비전력은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제품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이와 관련, 오 이사는 『동시만족 냉장고는 개발초기부터 대체냉매를 적용하면서도 소비전력을 절감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이라며 동시만족 냉장고가 환경오염물질인 CFC냉매를 사용함으로써 절전효과를 높였을 뿐이라는 경쟁업체들의 지적을 일축하고 『아직은 국내 소비자들이 가격을 우선하는 경향이 짙어 국내용 제품에는 CFC냉매를 채택했으나 앞으로 국내시장에서도 환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 곧바로 대체냉매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냉장고의 절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인버터 기술을 접목해야 하겠지만 아직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열을 차단하거나 냉동 사이클 및 냉기유동을 최적화하는 기술 등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절전기술 개발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