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자정부 구현 정책이 관련부처간, 정부와 정치권간의 이견으로 1년 이상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천년을 앞두고 범정부 차원의 새로운 전담 추진체계 구성 및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4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정부 차원의 전자정부 구현 정책 논의가 추진주체를 놓고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간의 입장 차이로 1년여만에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부처간 이견을 조율해야 할 정보화추진위원회(국무총리실 산하)도 각 부처의 입장을 듣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 부처간 이견표출은 지난해 10월 국민회의 정책기획단에서 성안했던 「전자정부구현특별법(안)」의 내용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아직까지 국회에 상정도 못한 이 법안에서 여당은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추진기구로서 기획예산처 내에 전자정부추진위원회를 두고 이를 행자부가 주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이 법안이 지난 96년 제정된 「정보화촉진기본법」과 상충된다는 점을 들어 현재까지도 여당의 특별법 제정 자체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정통부 측은 「정보화촉진기본법」만으로 「삶의 질 향상」과 「21세기 초일류 국가 건설」이라는 전자정부 구현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주관부처임을 주장하고 있는 행자부 측은 특별법 제정에 따라 주관부처로서의 위상 제고에는 고무적인 반응이지만 주도권을 놓고 기획예산처 및 정통부 등과 역할 분산을 우려, 법 제정에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국민회의 측은 「전자정부구현특별법(안)」이 무엇보다도 정부를 대상으로 개혁작업을 견인한다는 기본취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재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지난해 특별법안 성안을 주도했던 국민회의 김근태 부총재는 『관료들의 벽이 너무 높다. 전자정부는 여야의 문제를 떠난 것이어서 상호 의견일치가 중요하다』며 『3당 정책위 차원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당의 특별법 성안 과정에서 학계 대표로 참여했던 이남용 박사(국방연구원)는 『정부 개혁을 통한 진정한 민주정부 구현을 위한 것이 전자정부의 핵심』이라며 『정부의 개혁의지와 이를 담보할 강력한 추진체계의 정립 없이는 화려한 청사진만 남발하는 수준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자정부 구현 정책 표류와 관련된 내용은 본지 6월 16일자 수요기획 「뉴스&밀레니엄」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