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인터넷 비즈니스와 공인CA

김상래 금융결제원 전자금융연구소장

 최근 전자상거래(EC)시장의 양적·질적 발전속도를 고려할 때 인터넷 비즈니스는 다가오는 새 천년의 화두로 주목받을 만하다.

 흔히 인터넷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알려진 쇼핑몰·부동산중개·경매·증권 등의 분야가 이제 호기심의 대상을 넘어 당당한 시장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인터넷 비즈니스는 전 산업분야에 걸쳐 당면 과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국가적 차원의 미래전략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아직도 갖가지 요인으로 인해 인터넷 비즈니스는 발목이 잡혀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정보보호 문제는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볼 수 있다. 이는 컴퓨터 해킹을 통한 정보의 도용이나 위·변조가 체계적이고 철저한 대책 없이는 막기 힘든 고도의 기술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종이문서와는 판이한 「전자문서」의 특성상 현행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도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이처럼 인터넷 비즈니스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전자거래기본법·전자서명법 등 법·제도적 정비를 추진하고 현재는 세부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뢰성 있는 EC 인프라 조성을 위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국가 공인인증체계의 확립이다. 한국정보보호센터를 중심으로 한 공인 인증기관(CA) 인프라는 향후 국가 공개키기반구조(PKI) 구축에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증은 암호학에 기초해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 또는 법인의 정당성과 실존성을 입증해 주는 서비스로 마치 현실세계에서의 주민등록증이나 인감증명에도 비견될 수 있다.

 금융업종에서는 금융결제원이 이같은 인증업무를 준비중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안전한 공인CA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인 것이다. 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의 공인CA 인프라 조성을 위해서는 해당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일반 고객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인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공감대가 필요하다.

 우선 국가정보보호정책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금융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금융권 공동의 인증시스템이 개발, 구축돼야 한다. 금융기관들이 각각 개별적인 인증시스템 구축을 시도할 경우 왜소한 국내 시장규모에서는 과잉투자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일선 금융권의 부족한 전문인력과 열악한 기술수준도 문제다. 이와 함께 금융권의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해외 기술의 무분별한 도입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둘째로 금융권 공동의 인증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개별 금융기관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원이 절실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금융 정보보호 업무가 개별 기관간의 경쟁요소가 아닌 공동의 전자금융 인프라라는 금융기관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같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자금융 서비스의 「당사자」인 금융권이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인터넷 비즈니스의 발굴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통신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개별업체들의 역량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인증시스템이 국가 EC체계의 인프라인 점을 고려할 때 각 분야 전문업체들의 긴밀한 협조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기술(IT)업계와 이를 활용할 비즈니스 주체들과의 조화는 항상 놓치지 말아야 할 문제다. 양방의 끊임없는 교류와 협력,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만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조기 정착과 관련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며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