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촉진 및 육성의 근간이 될 전자상거래 관련법이 오는 7월초 본격 발효된다.
다음달 시행되는 법안은 산업자원부가 추진중인 「전자거래기본법」과 정보통신부가 골격을 잡은 「전자서명법」. 그간 법안 자체의 필요성과 영역을 놓고 논란을 빚어왔던 두 법안이 발효됨에 따라 양 부처의 실무 담당자들은 요즘 막바지 시행령 손질에 진력중이다. 문제의 초점이 돼온 「법안 자체의 부실과 중복성」이라는 비난을 시행령의 보강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해 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 세제혜택 문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시행령 손질만으로 법안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사안들이 워낙 많은 데도 불구하고 부처간 협조관계는 여전히 요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급부상중인 전자상거래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부처간 주도권 싸움이 일차적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전자상거래의 파괴력이나 세계 동향에 대한 국가 최고층의 몰이해가 부처간 통합기능을 더디게 하는 주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7월 발효되는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은 여전히 「시장상황은 고성능 펜티엄급인데 관련법제도는 286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출발할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먼저 전자거래 촉진을 위한 모법 역할을 하고 있는 전자거래기본법의 경우 「정부는 전자거래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식의 너무 피상적인 조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표준사용료를 이용자들로부터 받는 것도 여전히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전자상거래가 방문판매법을 적용받아 중소제조업이 누리는 세제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오히려 피라미드나 통판업체들에 준하는 엄격한 행정규제만 받는 것도 기본법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자거래인증을 비롯한 거래에 따른 신뢰 구축에 초점을 맞춘 전자서명법 역시 문제발생시 배상책임과 한계를 놓고 분명한 명시가 없다는 점이 앞으로 말썽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행자부나 금결원, 그리고 민간인증기관간 인증업무의 차별성과 업무준칙 등이 아직 교통정리가 안돼 있다는 것도 전자서명법의 암초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
두 법간의 중복성도 여전하다. 한 예로 전자거래기본법 제16조와 17조는 전자서명법에서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 공인인증기관의 역할 및 관리 등을 규정하고 있고 전자문서 및 서명의 법적효력, 개인정보보호 등의 상당부분에서 양법이 겹치기로 조항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거래법제도를 놓고 전문가들이 가장 강도 높게 지적하는 것은 「전자자금이체법」의 실종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모든 전자상거래 관련법은 대통령 직속으로 통합·연계 논의되고 있고 이 중 「전자자금이체법」이 전자상거래법안의 근간을 이룬다. 결국 거래는 돈의 흐름과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자금이체법」의 중요성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재정경제부가 주축이 돼 「전자자금이체법」 제정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전자상거래 기술추이가 워낙 빨라 이 법안의 실효성이 의문시돼 현행 자금결제규정만 보강하기로 했다』는 재경부 실무자의 해명은 국가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급부상중인 전자상거래 정책의 중추적 역할을 할 재경부의 논리치곤 궁색하기 짝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학계와 업계전문가들은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에서 볼 수 있듯이 상호보완적인 입법목적을 갖고 있는 법안들이 상당부분 중복되거나 유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거나 전자자금이체법의 경우처럼 아예 마련조차 되지 않은 사례도 있는 만큼 법체계상 대통령령에 의한 독립법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럴 경우 예산절감효과는 물론 국가차원의 합리적인 정보체제의 조기구축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