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 판권시장 "판도변화"

 PC게임 판권시장이 새로운 과도기를 맞고 있다.

 올들어 외산 대작을 중심으로 수요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PC게임 판권 라이선싱시장은 대기업 제작사들의 활동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자금력이 탄탄한 중견 제작사와 유통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판권시장을 주도했던 대기업 제작사들의 영향력이 위축된 것은 올초 LGLCD와 SKC가 영업조직을 분사, 독립시킨 데다 쌍용·웅진미디어·삼성전자 등도 전사적인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둘리·씨디빌·애니미디어·현대세가 등 작년부터 판권시장에 가세한 후발업체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외전 2­템페스트」 판권을 무려 11억원에 확보, 화제를 모았던 게임총판업체 둘리(대표 장명성)는 이 게임이 9만카피 이상 판매되는 호조를 보임에 따라 향후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했다.

 지난해 「스타크래프트」 총판사업으로 기반을 잡은 씨디빌(대표 염승민)은 올 최대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미국 블리자드사의 「디아블로 2」의 판권을 확보, 일약 판권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디아블로 2」 외에도 「위저드리」로 유명한 캐다나 써텍사의 신작 게임 2종에 대한 판권을 확보, 올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유통사업에 주력해왔던 애니미디어(대표 손성택)도 작년 말 미국 마이크로프로즈사와 판권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올들어 「꼬마토끼 토비」 「레플리카」 등 국산게임 판권을 확보해 출시했으며 추가로 올 하반기에 미국·유럽산 게임을 대상으로 판권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역시 지난해 국산게임 「작스존­에일리언 인 카운터」의 판권을 3억원에 사들이며 판권시장에 가세한 현대세가는 올들어 에이전시를 통해 미국 모노리스, 프랑스 마이크로이드사가 제작한 작품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미국의 10대 제작사 중의 하나인 액티비전과의 독점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 가장 많은 외산게임을 공급하고 있는 한국라이센싱(대표 조성용)은 프랑스의 인포그램, 독일의 탑웨어 및 선플라우어 등 유럽지역의 중견 제작사들이 출시할 신작 판권을 다수 확보했으며 하반기에는 세가를 비롯, 일본 게임의 판권 확보에 치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세고엔터테인먼트·비엔티·도깨비 등 게임유통업체 및 수출대행업체들도 판권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판권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는 것은 게이머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외산 대작을 놓고 로열티 올리기 경쟁이 재연되고 있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