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계측기업계와 미국 업체가 5년 이상 끌어왔던 공업용 계측기부품에 대한 특정 상표(일명 벤투리콘) 사용권 소송 공방이 국내업체들에 상표사용권을 인정해 주는 쪽으로 최종 결정됐다.
대법원은 지난 93년 미국 케트마인크가 제소한 「벤투리콘 상표권 침해 중지」에 맞서 하이트롤(대표 김봉구) 등 국내 계측기업체들이 제기한 「상표등록무효」 소송 최종심에서 1, 2심에 이어 케트마인크의 상고를 기각하는 내용의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케트마인크는 그동안 한국 내에서 자사의 공업용 계측기 상표인 「벤투리콘(일명 V콘)」 상표에 대해 누려왔던 독점적 상표사용권리를 더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벤투리콘이라는 이름은 벤투리 유량계, 벤투리콘 미터, V콘형 미터 등 차압식 유량계를 일컫는 범용 용어로 사용돼온 상황에서 특정업체만 이를 독점하는 것은 이화학공업 종사자나 유량계 취급자 혹은 기술자들에게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벤투리콘은 일반적인 기술적 상표이기 때문에 등록을 무효화한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국내 관련업계에서 「벤투리콘」이란 용어는 차압식 유량계 내에 설치된 원추형상의 부품을 말하는 「Venturi Cone」의 약자로서 차압식 유량계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일반용어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지난 90년 미국 케트마인크 측이 이들 상표이름에 대해 「자사의 제품명과 같다」며 특허청에 독점상표등록권을 출원해 상표권을 행사하면서 국내업체들과 상표권 사용을 둘러싼 마찰을 빚어왔다.
관련업계는 『지난 5년간 「벤투리콘」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어 제품을 국산화해 NT·EM마크까지 획득하면서 외산 제품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홍보하거나 수출하지 못하는 등 영업활동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주장했다.
국내업체들은 지난 93년 하이트롤사를 대표로 법원에 상표권 원인무효소송을 제기해 5년 넘게 미국 케트마인크사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이번에 대법원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승소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하이트롤 김봉구 사장은 『이번 사건은 모든 기기분야에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에 특허나 상표 관련한 업무에 중요성을 일깨운 계기가 된 것같다』며 『판결에 따라 업계의 유량계 기술개발 노력의 가속화는 물론 국내외 영업활동 촉진에 적잖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