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엘프텍 권기열 사장

 『자본이 풍부한 중동 국가와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벤처기업이 첨단기술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습니다.』

 최근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동지역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된 엘프텍의 권기열 사장(42)은 중동 국가들이 석유시대 이후에 대비해 첨단산업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엘프텍은 저장장치인 RAID, 라우터 등을 생산하는 벤처기업으로 카타르의 종합무역상사인 파노라마 트레이딩 앤드 컨트랙팅사로부터 지분 20%를 할애하는 대가로 3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엘프텍의 중동투자 유치는 지난 4월 카타르 국왕이 내한했을 때, 우연히 국왕을 수행한 재계인사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계기다. 이 때 엘프텍은 짧은 시간 동안 호텔에서 제품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한달 반 만에 전격적으로 투자유치로 연결된 것이다.

 권 사장은 『카타르는 작은 나라지만 아랍권의 정보통신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로 도약하고 싶어한다』며 『그동안 모든 솔루션을 미국·유럽에서 도입해온 이 나라는 이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첨단산업분야의 자국 솔루션을 갖는 데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어 이처럼 제휴가 맺어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국의 벤처기업이 중동지역 국가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봄직하다』고 말하고 『이와 별도로 중동 국가들이 정보화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여서 중동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엘프텍이 이번에 파노라마사와 협력관계를 맺는 분야는 라우터부문으로 파노라마는 카타르가 추진하고 있는 전국 ADSL망 구축사업에 엘프텍의 ADSL 라우터를 활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엘프텍은 또한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파노라마와의 협력범위를 더욱 확대해 미국에 공동 투자법인을 설립하는 한편 미국·유럽·중동시장 개척에도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권 사장은 15년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한때 삼보컴퓨터 미주법인에서 근무하기도 한 컴퓨터 엔지니어. 그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된 「크리스천 엔지니어그룹」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과 경력을 조국을 위해 써보자」는 얘기가 많아 이를 실천하기 위해 97년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며 『시스코에 도전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창호기자 c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