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관이 오랜 숙원사업인 TFT LCD(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까.
현재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관이 TFT LCD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설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진출설의 내용은 두가지. 하나는 삼성전관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벌인다는 설이다. 최근 2억달러의 DR를 성공적으로 발행한 사실과 맞물려 삼성전관이 이 자금을 활용해 TFT LCD 사업에 진출한다는 이야기다.
또다른 하나는 삼성전자의 TFT LCD 사업을 이관받거나 삼성전자와 합작사를 설립한다는 설이다.
삼성전관에서 TFT LCD사업을 추진하다가 그룹방침에 따라 지난 91년 삼성전자로 이관한 전력을 들어 삼성전관의 관계자들은 오래전부터 실지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관은 연구소에 TFT LCD 관련 설비투자를 단행하면서 제품개발을 연구하는 등 이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관의 진출설은 상당한 개연성을 갖고 나돌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관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담겨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관측에 미래를 위해서라도 TFT LCD 사업에 발을 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관측이 TFT LCD 사업에 진출할 경우 현재의 주가보다 2만원 이상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관의 TFT LCD 진출설이 현실화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관의 진출설이 나돌면서 삼성전자의 심기도 편하지 않다. 즉 TFT LCD 사업이 잘 나가는 마당에 이같은 설들이 나도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상당히 불편해 하고 있다.
삼성전자측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관과 관련해 증권가에 나도는 설들은 전부 지어낸 내용일 뿐만 아니라 삼성의 구조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라면서 『삼성전관의 TFT LCD 사업진출은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하고 있다.
삼성의 조직상 현재 삼성전자가 벌이는 사업을 다시 계열사에서 벌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에서 삼성전관으로 TFT LCD 사업의 이관은 더욱 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현실적으로 삼성전관이 삼성전자의 TFT LCD 사업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최근 필립스로 50%의 지분매각이 이뤄진 LGLCD의 경우 LG측과 필립스측은 LGLCD의 자산가치를 42억달러로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삼성전자 TFT LCD 사업의 자산가치는 이보다 더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전관측이 인수하고 싶어도 인수할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강해지는 마당에 흑자사업을 계열사에 이관할 경우 과연 소액주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측이 넘겨주고 싶어도 소액주주들의 반발 때문에 예전처럼 사업 이관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 삼성전관의 송용로 대표가 삼성전자의 전략기획 사장을 맡고 있던 시절 기획됐던 TFT LCD 사업 이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펼치면서 직접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송 대표 본인이 직접 불가했던 내용을 이제와서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관의 TFT LCD 사업진출설은 결국 증권가의 소문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조그마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
대만업체들이 공격적으로 TFT LCD 사업에 진출하고 있어 삼성전관도 기존의 STN LCD 사업처럼 정보기기용 등의 소형 디스플레이시장을 겨냥해 TFT LCD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노트북·모니터·TV용 등 대형 디스플레이시장을 공략하는 대신 삼성전관이 10인치 이하의 소형 디스플레이시장을 공략하는 이원화 방안으로 갈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