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시장이 회복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 하에서 극심한 수요감소를 겪었던 EDMS시장은 올들어 정부·공공기관과 보험, 은행, 증권 등 금융권의 폭발적인 수요증가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5월 말 현재 EDMS를 도입했거나 구축중인 업체는 무려 70∼80개. 올들어 EDMS 구축에 나선 주요 사이트로는 경찰청·한국가스공사·한국신용평가·보건복지부 식약청·정부기록보존소·전북도청 등 관공서·공공기관을 비롯해 부산은행·산업은행·푸르덴셜생명보험 등 금융권, SK텔레콤·한국통신프리텔 등 통신서비스업체, LG칼텍스·풀무원·SK마그네틱스·동산씨앤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EDMS 프로젝트수가 20개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요증가가 이뤄진 것. 게다가 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에도 100개 가량의 업체 및 기관에서 EDMS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올해는 EDMS가 국내에 소개된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전통적으로 EDMS시장을 주도해온 관공서 및 공공기관 수요뿐만 아니라 금융권·통신·서비스·제조업체 등 산업분야별로 EDMS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시장확대의 청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올 EDMS시장규모는 툴·시스템·저장장치·서비스 등 관련 분야를 모두 포함해 2000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EDMS시장이 올들어 예년과 달리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우선 국내 산업경기가 호전되면서 지난해 EDMS 도입을 미뤘던 기업 및 기관들이 일제히 예산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이 투자대비 효과가 가장 빨리 나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 등의 분야에 우선 투자한 탓에 상대적으로 EDMS는 투자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와 함께 부가가치 높은 EDMS 솔루션의 출현과 EDMS와 기간시스템과의 연동 등으로 EDMS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EDMS 도입에 대해 의구심을 갖던 사용자들을 대거 끌어들인 것도 EDMS 수요 확대의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EDMS는 종이 없는 사무실, 문서의 디지털화 및 보관 등 단순한 사무자동화(OA) 솔루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나 최근 들어 기업의 핵심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보다 부가가치 높은 솔루션으로 거듭나면서 효용성과 투자효과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EDMS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간시스템과의 연동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룹웨어와 EDMS와의 연동은 현재 EDMS 수요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보편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그룹웨어와 EDMS의 연계는 이제까지 별개로 운영돼온 문서처리업무를 최근 기업업무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는 그룹웨어상에서 통합관리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정보통신부·부산은행·한신평 등 상당수의 기업·기관이 그룹웨어와 연계 가능한 EDMS를 구축했으며 키스톤테크놀로지·왕아이에스티 등 솔루션 전문업체들도 EDMS그룹웨어 연계수요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DMS업체들은 국내 상당수의 기업에 깔려있는 그룹웨어 사이트 중 일부만 EDMS 수요로 확보해도 상당한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전사적자원관리(ERP)·DW 등의 여타 정보기술(IT) 부문과 EDMS의 연동 움직임도 서서히 일고 있다.
EDMS 분야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기간시스템과의 연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사적인 지식관리시스템(KMS) 구축을 위한 솔루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공급업체들은 단순 EDMS 솔루션에서 탈피해 전사적인 KMS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 툴로 EDMS를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사용자들도 단순한 문서보관 및 검색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식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컴포넌트기술로 EDMS 구축을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EDMS협의회가 3년째 개최해온 EDMS 콘퍼런스 행사의 내용 변화에서도 읽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EDMS 콘퍼런스의 주요 내용이 일반적인 EDMS 구축방법론이나 효용성 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오는 18일 열리는 99 EDMS 콘퍼런스 행사는 아예 주제를 KMEDMS로 삼고 신지식 경영 창출을 위한 도구로 EDMS를 자리매김하고 있는 등 위상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18개의 주제발표 중 12개, 출품작 중 절반 가량이 KMS 솔루션이라는 것도 EDMS가 더 이상 독자적인 기술이 아닌 보다 복잡하고 가치높은 경영중심의 IT 패러다임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범용적인 툴에서 탈피해 업종에 특화된 EDMS 솔루션이 쏟아지고 있는 것 역시 EDMS 분야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다.
EDMS를 활용한 청약심사업무, 금융권을 겨냥한 수납장표자동화 솔루션, 통신용 솔루션, 엔지니어링업체를 위한 솔루션 등 특정 업무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EDMS 솔루션이 다양해지고 있어 사용자 구미를 당기고 있다.
특히 EDMS 공급업체의 프로젝트 경험이 많아지고 특정 업종에 대한 업무 노하우가 늘면서 이를 템플릿화·패키지화하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EDMS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업체들의 행보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이스트만소프트웨어·다큐멘텀코리아·한국파일네트·피씨닥스펄크럼 등 외국계 EDMS툴 공급업체들과 사이버다임·키스톤테크놀로지·트라이튼테크·삼성전자·웹플러스 등 국산 EDMS툴 공급업체, 왕아이에스티·삼성SDS·LGEDS·KCC정보통신·대림정보통신 등 EDMS 구축 전문업체 그리고 미디어컨버팅테크놀로지·영우에이스 등 EDMS 저장장치 전문업체 등 50개에 이르는 EDMS 관련업체들이 매출목표를 공격적으로 설정하고 수요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해 매출목표를 작년대비 2배 이상 늘려잡고 전문인력 확충, 솔루션 발굴, 채널정비, 전략제휴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이 분야에 신규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시장이 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현대정보기술에서 분사한 웹플러스를 비롯해 지난 5월 소프트웨어(SW) 3개사가 합병한 라스21, 푸시업체인 NCK텔레콤에서 사명을 바꾼 컴트루테크놀로지 등이 이 시장에 가세했으며 KMS에 초점을 맞추고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이들 EDMS 관련업체는 18일 개최되는 99 EDMS 콘퍼런스에 일제히 참가해 새로운 전략과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피씨닥스펄크럼이 EDMS 엔진 및 KMS 솔루션인 「닥스퓨전」과 「닥스펄크럼」을 선보이는 것을 비롯해 트라이튼테크가 「메타데스크」 4.1버전을, 사이버다임이 「닥스웨어」, 웹플러스가 「플러스닥」 등을 각각 내놓고 한국IBM이 e비즈니스를 위한 KMS 솔루션을 출품하는 등 40여개에 이르는 EDMS 솔루션들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