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B 장비시장 "새 기류"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장비산업의 저변이 최근들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PCB업체의 설비투자 위축으로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국내 PCB 생산장비시장이 최근들어 PCB업체의 설비투자 확대에 힘입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처럼 국내 PCB 생산장비시장에 다시 활기가 넘치면서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PCB 생산장비업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국내 PCB 생산장비업계를 들뜨게 하는 새로운 조짐은 다름아닌 PCB업계가 국산장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

 IMF 이전까지만 해도 PCB업체들은 국산장비 도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주요 PCB업체들은 국산장비의 구매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장비업계의 지적이다.

 국산장비를 냉대해온 PCB업체들이 국산장비에 눈을 돌리게 된 까닭은 우선 달러 대비 원화의 환율이 크게 올라 외산장비 값이 인상된 데다 외산장비 구매에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해온 리스사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것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PCB 생산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설비투자에 따른 금전적인 부담으로 국산장비가 선호되고 있다는 분석은 주로 중소 PCB업체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대덕전자·삼성전기 등 국내 대기업 PCB업체들이 국산장비를 최근들어 구입하기 시작한 것은 달리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대기업 PCB업체들이 종전까지 고수해온 외산장비 우선 구매전략에서 탈피해 국산장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일부 기종이긴 하나 구입하거나 구입을 적극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 기저에는 이제 국산장비도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산 PCB장비가 이처럼 국내 주요 PCB업체로부터 기종 선정 대상 품목 가운데 하나로 대우받게 된 데는 그동안 줄기차게 전개해온 국내 PCB 생산장비업계의 해외시장 개척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JPCA(일본인쇄회로기판협회)99에 장비를 출품한 한 업체 사장은 『외국 유명 PCB업체가 국산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한 국내 PCB업체가 귀국 후 즉시 제품 구입에 나섰다』며 『국산 PCB장비도 이제는 상당한 정도의 국제경쟁력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PCB업체로부터 국산 PCB장비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국산 PCB 생산장비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PCB 생산장비보다 한단계 기술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반도체·리드프레임 생산장비업체들이 최근들어 PCB 생산장비 분야에 적극 진출하는 것은 PCB 생산장비업계에 자극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도체용 에칭설비를 제작해온 경험을 살려 최근 PCB장비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한 에스아이테크의 한 관계자는 『PCB에 반도체 설계기술과 패키지기술이 접목되면서 반도체 생산장비업체들도 PCB 생산장비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면서 『조만간 국내 10여개 반도체·리드프레임 생산장비업체들이 PCB생산장비 분야에 진출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