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이냐 고주파냐.」
PC·노트북·휴대폰 등 각종 정보기기 사이에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근접 무선데이터통신기술을 두고 적외선(Ir:Infrared)진영과 고주파(RF:Radio Frequency)진영이 정면에서 격돌, 기술논쟁이 불붙었다.
근접 무선데이터통신기술은 TV리모컨과 같은 개념에서 출발, 10m 내외의 거리에서 정보기기간 데이터를 무선으로 손쉽게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 전송속도, 거리, 모듈 크기 등을 표준화하자는 것으로 Ir진영이 지난 93년 IrDA(Infrared Data Association)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시장을 선도해 왔으나 RF진영이 지난해 「블루투스(Bluetooth)」라는 컨소시엄을 구성, 최근 규격작업을 완료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IBM·HP·인텔 등의 주도로 140여개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IrDA는 하나의 단말기를 또다른 단말기에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방식으로 전송하는 「IrDAD(DATA)」 계열의 제품으로 전송거리 1m 내에서 각각 115.2Kbps, 4Mbps의 전송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S(Serial)Ir」와 「F(Fast)Ir」의 규격을 제정한 데 이어 데이터 전송속도는 75Kbps로 줄이고 전송거리는 8m 늘리면서 하나의 단말기로 여러 개의 단말기에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포인트 투 멀티(Point to Multi)방식의 「IrDAC(Control)」규격을 제정, 이에 기반한 모듈이 출시되고 있다.
이와함께 IrDA는 전송속도를 16Mbps로 늘린 IrDAD계열의 「Very Fast(VF)Ir」와 IrDAC, IrDAD를 통합한 전송속도 250Kbps∼4Mbps, 전송거리 4∼8m 규격의 「A(Advanced)Ir」 모듈 및 시제품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에 맞선 블루투스진영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콘퍼런스에서 전송거리가 IrDA보다 10배인 10m 거리에서 721K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1.0규격을 발표하고 이에 기반한 모듈 및 정보기기 시제품을 선보였다.
노키아·에릭슨·도시바·인텔·IBM 등 5개 업체의 주도로 설립된 블루투스는 출범 1년여 만에 전세계 700여개 업체들이 회원사로 참가하는 등 세력화에 있어서는 IrDA진영을 능가하고 있다.
특히 Ir가 장애물이 있을 경우 통신이 불가능하고 열린공간에서도 현재 시제품의 전송범위(각도)가 30도 이내로 제한돼 있는 반면 RF는 공간제한없이 사방에서 전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듈 크기가 Ir에 비해 훨씬 크고 제조단가도 비싸다는 단점을 갖고 있고 규격제정이 아직 완벽한 단계가 아니어서 상용화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Ir는 노트북·디지털 카메라에 이어 최근 휴대폰에도 채택되는 등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RF는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RF가 Ir를 대체할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며 『국내 주요 정보기기업체들도 두 분야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향후 추이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