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코닥과 삼성전자가 주도해 온 국내 디지털카메라(DSC) 시장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코닥과 삼성전자는 디지털카메라 초기제품인 35만 화소급 제품시절부터 판매는 물론 세대교체를 주도해왔으나 서서히 이 구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코닥과 삼성전자의 양분구도는 지난해 중반 디지털카메라 업계가 경쟁적으로 35만 화소급 제품을 100만 화소급 신제품으로 교체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코닥과 신도시스템·한국후지필름·아주포커스·아남인스트루먼트 등이 앞다퉈 100만 화소급 신제품을 출시하고 선점에 열을 올렸으나 삼성전자는 이 대열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에서야 85만 화소급 신제품을 출시하고 시장경쟁에 가세했으나 이미 100만 화소급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장에서 옛 명성을 되찾기에는 때가 늦어버렸다.
때문에 이때부터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삼성전자의 공백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한국코닥이 50%의 점유율을 보이며 맹주체제를 구축했고 나머지업체들은 작은 영토를 지키기에도 버거운 소규모 영주로 만족해야 했다.
35만 화소급 초기시장에서는 한국코닥과 삼성전자가 각각 3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쌍두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신도시스템과 한국후지필름이 이를 뒤쫓고 있었다.
그러나 100만 화소급 제품출현과 함께 제품출시 시기를 맞추지 못한 삼성전자가 신도시스템·한국후지필름과 함께 비주력군으로 탈락해 버리고 한국코닥이 독주시대를 연 것이다.
또한 100만 화소급 제품에서는 그동안 시장에 참여하지 않았던 아남인스트루먼트와 아주포커스 등이 신규로 가세해 비주력군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한국코닥의 독주시대는 최근 이들 비주력군이 200만 화소급 제품을 잇따라 발표하고 맹렬히 추격전에 나서면서 이상기류를 나타내고 있다.
신도시스템·한국후지필름·아남인스트루먼트·아주포커스 등이 이달들어 앞다퉈 200만 화소급 신제품을 출시하고 세대교체에 나섰으나 한국코닥만이 동참하지 않고 있다.
경쟁사들은 한국코닥의 200만 화소급 제품출시가 늦어지는 것을 호기로 삼아 일거에 시장판도를 뒤엎겠다는 욕심이다.
한국코닥은 그러나 200만 화소급 제품출시가 하반기로 예정돼 있어 이를 앞당기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200만 화소급 제품이 등장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코닥의 200만 화소급 제품 출시지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100만 화소급 세대교체때 삼성전자가 겪었던 현상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한국코닥은 아직까지 시장주력품목이 100만 화소급이고 여전히 5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200만 화소급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아직은 미미하기 때문에 200만 화소급 신제품을 출시할 하반기까지 영토수성에는 자신있다는 태도다.
그러나 한국코닥의 200만 화소급 신제품 출시지연이 제품개발 시기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만약 한국코닥의 200만 화소급 제품 출시지연이 전략적인 차원이 아닌 신제품 개발지연이라는 속사정 때문이라면 시장판도에 또 한번 커다란 변화가 야기될 수 있다. 최근 코닥 본사의 피셔회장이 부진한 경영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같은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관계자들은 한국코닥의 200만 화소급 제품 출시지연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코닥의 독주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