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통신서비스와 연계해 할부 형식으로 PC를 판매하는 「무료통신 PC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소프트웨어도 이와 같은 할부판매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할부판매는 기업이나 학교는 물론 개인사용자의 불법소프트웨어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 할부제도를 도입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2000」과 같이 30만원대 이상의 고가인 제품을 판매할 때 일시적인 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지속적인 고객관리와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사용자는 물론 기업에도 큰 이익이라는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경우 다른 제품과 달리 온라인을 통해 할부판매가 가능하므로 유통채널의 단순화와 원가절감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통신서비스산업도 함께 발전을 꾀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부 소프트웨어업체에서는 소프트웨어 가격을 1∼3년으로 나누어 월별로 분할해 받는 방식과, 아예 소프트웨어를 제품이라기보다는 서비스라는 인식하에 월별 사용료를 징수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및 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한 주요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일시불로 제품을 공급해왔던 마케팅전략을 수정, 소프트웨어 할부판매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24일 출시할 「오피스 2000」의 경우 가격이 30만원대로 개인사용자들에게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 PC통신을 이용한 장기 할부판매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마케팅전략이 수립된 것은 아니지만 개인사용자의 정품이용을 증대시킨다는 측면에서 온라인 판매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에서도 최근의 815 아래아한글 파동 등으로 6만원의 정품 아래아한글 가격이 1만원으로까지 내려감에 따라 새로운 가격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 그 대안으로 소프트웨어 할부판매제도의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국IBM 등에서 공급하는 중대형 시스템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소프트웨어가 일시에 판매하는 상품보다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서비스라는 점을 들어 월별 또는 연간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징수하는 방식을 시행해왔는데 최근에는 PC용 소프트웨어에 대해 이러한 움직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우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한 할부판매가 이루어지면 정품사용 분위기를 형성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00만명에 이르는 온라인 사용자 중 일부만 호응을 해도 정품사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공공기관이나 일반기업, 대학가에 대한 검찰의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으로 기업사용자들의 정품사용은 크게 높아진 반면 개인사용자들은 아직까지도 정품사용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가격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할부판매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가 월 할부금을 제대로 납입할 것인지 여부다. 현재 온라인 서비스들의 월 정액 미납자가 20∼3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수율을 보장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업체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통신 PC처럼 신용카드사와 연대해 신용카드로만 납입을 하도록 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의 라이프 사이클도 문제다. 최근 들어 출시되는 소프트웨어들은 일반적으로 1년을 넘지 않아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게 되는데 납부기간을 무료통신 PC처럼 3년을 넘게 할 경우 업그레이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도 발생한다. 무료 업그레이드를 보장할 경우 기존 정품에 비해 소프트웨어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져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밖에도 기존 정품사용자나 기업사용자들이 통신 할부판매 사용자에 비해 너무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이해와 소프트웨어산업계의 공동보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