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62);중력의 신비

 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도 시속 1600㎞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적도 부근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의 자전 때문에 극지에 비해 그처럼 빠른 속도로 맹렬하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 속도라면 원심력 때문에 우주 바깥으로 내팽개쳐져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 바로 지구의 중력 때문이다.

 뉴턴의 어깨 위로 떨어진 사과 하나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밝히는 시초가 되었음은 잘 알려진 일.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중력에 대해서 너무나도 모르는 것이 많다. 중력은 전기나 자기력처럼 +나 -가 있지 않고 언제나 끌어당기는 힘으로만 존재한다. 우리는 전자기력은 물론이고 빛이나 원자력까지도 마음대로 만들어내거나 조작할 수 있지만 중력만큼은 뜻대로 제어할 수가 없다.

 중력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지구의 중력은 달이 우주 저편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아두고 있으며 지구 역시 태양의 중력에 붙들린 채 그 주변을 공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력의 몇 가지 성질은 이미 밝혀졌다. 일찍이 갈릴레이의 유명한 피사의 사탑 실험에서 증명된 대로 중력은 물체의 무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공기저항만 없다면 건물 옥상에서 떨어뜨린 깃털과 볼링 공은 똑같은 순간에 땅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공을 옆으로 비스듬하게 떨어뜨리든지 수직으로 낙하시키더라도 땅에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같다. 총을 쏘면 총알이 사정거리를 지나서 땅에 떨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총이 있는 높이에서 떨어뜨린 물체가 땅에 닿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같은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도 중력에 잘 적응하도록 설계된 몸뚱이를 지니고 있다. 골격은 몸을 지탱하고 운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튼튼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신경계와 두뇌기관들은 매순간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복잡한 제어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해낸다. 식물의 경우 뿌리는 중력과 같은 방향으로, 줄기는 반대 방향으로 자라난다.

 우리 몸이 중력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가는 우주 공간으로 나가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우주 왕복선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들은 장기간의 미소중력(「무중력 상태」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상태에 머무를 경우 신체가 적지 않은 변화를 겪는다. 혈액 속의 적혈구가 줄어들고 세포벽이 약해지며 근육의 근력도 떨어진다. 뼈도 칼슘이 빠져나가 점점 약해진다. 60년대 중반에 발사된 미국 우주선 제미니 5호의 우주 비행사 두 사람은 8일 동안 지구 둘레를 돈 뒤 다시 내려와보니 뼈 속의 미네랄 성분이 24%나 감소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우주식량에 칼슘 성분을 강화하고 우주선 안에서 운동을 하는 방법 등을 채택하고 있다. 우주 왕복선이나 우주 정거장에 머무르는 승무원들이 여가를 즐기려는 한가한 목적에서 운동하는 것은 아니다.

 중력을 제어하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우주여행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목성이나 토성처럼 지구보다 중력이 월등하게 큰 곳은 인간의 직접탐사가 불가능할 것이다. 목성의 경우 우주복까지 포함하면 거의 500㎏ 정도의 무게가 되므로 도저히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가 없다. 게다가 목성의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로 날아갈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우주선의 개발 또한 요원하다.

 SF에서 흔히 등장하는 「반중력」은 아직까지 공상에 불과한 개념. 그러나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SF작가이자 미래학자로 평가받는 아서 클라크는 21세기 중반 경이면 반중력의 실마리가 밝혀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으며 22세기가 되면 광속에 가까운 속도의 우주여행도 가능하리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튼 반중력이 발견된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