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업체, 빌드업 기판용 레이저드릴 시장 주도권 장악

 국내 레이저드릴시장이 일본 레이저드릴업체 사이의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97년부터 이동전화기를 비롯한 첨단 이동통신기기용 기판으로 채택되고 있는 빌드업기판사업에 참여한 국내 주요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레이저드릴 확보에 본격 나선 것에 힘입어 레이저드릴업체들은 치열한 공급경쟁을 벌여왔다.

 국내 레이저드릴시장 판도는 지난해 말까지 북미업체와 일본업체 사이에 세력균형을 유지해왔으나 올들어서는 일본업체가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돼 국내 레이저드릴시장이 일본업체 주도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일본 스미토모는 최근 벌어진 수주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 국내 레이저드릴시장을 사실상 석권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올 초 빌드업기판사업 참여를 선언한 심텍이 실시한 레이저드릴 공급경쟁에서 일본 스미토모는 북미·일본업체를 제치고 1대의 CO₂ 레이저드릴 공급권을 획득한 것을 비롯해 이달 LG전자 PCB OBU가 실시한 레이저드릴 구매 입찰에서도 승리, 2대의 CO₂ 레이저드릴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또 스미토모는 빌드업기판사업에 신규 참여할 예정인 이수전자가 실시한 레이저드릴 구매경쟁에서도 2대의 CO₂ 레이저드릴 공급권을 획득, 올들어 치러진 국내 레이저드릴 수주전에서 거의 모두 승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잇따른 공급경쟁에서의 승리에 힘입어 일본 스미토모는 현재 총 20대의 레이저드릴을 공급하는 전과를 올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국내 PCB업계가 보유한 전체 레이저드릴 가운데 40여대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규모다.

 스미토모의 뒤를 이어 일본 히타치도 이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덕전자와 코리아써키트에 각각 2대의 CO₂ 레이저드릴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진 히타치는 최근 코리아써키트에 추가로 2대의 CO₂ 레이저드릴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올들어 레이저드릴 공급사업에 본격 나선 일본 미쓰비시는 아직까지 국내 공급 실적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일부 PCB업체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 조만간 교두보를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개최된 JPCA(일본인쇄회로기판협회)99쇼에 참석한 국내 PCB업체 관계자들이 미쓰비시 레이저드릴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앞으로 미쓰비스가 국내 레이저드릴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 레이저드릴업체들이 국내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그동안 국내 레이저드릴시장의 한축을 형성해온 ESI·루머닉스 등 북미계 레이저드릴업체들은 국내에서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빌드업기판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 PCB업체들이 자국산 레이저드릴을 선호하고 일본 PCB업체의 기술 투자방향을 벤치마크하고 있는 국내 PCB업체들도 검증된 레이저드릴을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빌드업기판의 홀 구경 크기가 기존 100㎛대에서 50㎛대로 작아짐에 따라 초미세홀 가공능력을 지닌 레이저드릴이 국내 빌드업기판용 레이저드릴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