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주 한국전자 종합연구소장
오늘날 전자기술은 전문가마저 혼란을 일으킬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오디오 매체의 경우 LP디스크와 카세트테이프를 거쳐 현재 CD가 전성기에 있고 이를 MD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지만 MD 생산을 주도하는 업체들은 MP3의 출현으로 MD 장래가 어두울지도 모른다는 전망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각 제품의 수명을 살펴 보면, LP가 가장 길었고 CD가 가장 짧으며 MD는 출시와 함께 장래가 어둡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첨단기술 상품일수록 더 빨리 사라지며 부가가치 또한 시일이 지나면서 급격히 떨어진다. 이는 첨단산업에 뒤늦게 참여할수록 위험도가 높고 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세계 최초로 상품을 개발한다 해도 과거와 같은 장기간 이익 실현이 불가능해 첨단산업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전자산업 입장에서는 접근방법에 중대한 변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첫째, 순발력 있는 참여와 신속한 철수를 전제로 급변하는 부가가치를 고려한 기획을 해야 한다.
둘째,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 특정 제품만 대량으로 생산하는 설비는 시장의 급변으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으므로 소량 다품종 생산이 가능하고 시장 변화에 맞추어 적은 돈으로 쉽게 개조 가능한 설비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사업은 위탁생산을 통한 설비의 변동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근래 대규모 위탁생산 업체가 출현해 발주자와 수주자 모두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셋째, 적정 기능의 상품을 적시에 출시하는 연구개발이 돼야 한다. 연구개발 부문은 미래지향적 일을 하는 전문가집단으로 기술추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의외로 최신 시장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자신의 기술 분야와 지식에 대한 자긍심이 커서 보수적 경향을 가지기 쉽다.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출시가 지연되면 시장가격 하락으로 부가가치가 오히려 줄어들거나 상품 자체가 사양될 수도 있다. 이러한 시장환경에서는 조기개발과 연구개발 아웃소싱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근래에 많은 벤처기업이 출현하여 경쟁을 통한 개발비 절감과 납기단축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아웃소싱은 자칫 기업내 기술 공동화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해당 분야 핵심기술 일부는 사내에서 추진하고 나머지를 아웃소싱하는 병행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넷째,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물류부문 리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시장의 급변은 자칫 유통재고를 부동재고로 만들거나 단가하락으로 재고 감모손을 발생시킬 수 있으나 재고감축은 이른 시간내에 납품하는 관리가 불가피한 시장 상황에서 납기 만족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재고 예방을 위해 원재료에서 지사나 대리점에 이르는 전체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물류관리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IMF 터널 밖에는 기술 혁신의 급류가 흐르는 격변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기술의 도약으로 시장의 불연속성이 거듭되는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기존의 기술체제를 과감히 해체하고, 새로운 기술체제 구축에 성공하는 국가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