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 기판을 유리 대신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플라스틱LCD의 연구개발이 진전을 거듭하고 있다.
플라스틱LCD는 기존 LCD의 유리기판을 0.6㎜ 정도 두께의 얇은 플라스틱 필름으로 대체해 만든 차세대 LCD로 가볍고 패키징이 얇은 데다 유연성이 뛰어나 깨지지 않고 제조비용이 절감된다는 장점 때문에 스마트카드나 휴대전화기, PDA 등 소형 단말기에의 채용이 유력시되고 있다.
스마트카드를 예로 들자면 카드 자체의 두께가 0.76㎜ 정도여서 여기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두께는 적어도 0.6㎜ 이하를 유지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스마트카드용 STN(SuperTwisted Nematic)LCD의 유리기판은 최소 2.2㎜로 카드에 채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또한 LCD기판의 무게는 대부분 유리가 차지하기 때문에 결국 LCD 기술과제의 하나인 박형경량화를 위해 플라스틱기판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분석가들에 의하면 2000년께는 스마트카드나 휴대단말기의 20% 정도가 플라스틱LCD를 채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같은 플라스틱LCD는 사실 연구실에서 벗어나 일부 시장에 나오기도 했으나 수명의 한계와 가격문제 때문에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콘퍼런스(SID 99)에서는 플라스틱LCD에 대한 진전된 내용의 연구보고가 다양하게 발표돼 머잖아 LCD분야의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중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의 빌트쉬름테크니크연구소가 개발중인 액티브 매트릭스방식 플라스틱LCD는 기존의 박막트랜지스터(TFT) 대신 MIM(MetalInsulatorMetal)다이오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컬러 필터를 가진 액티브 매트릭스 플라스틱으로는 세계 처음으로 발표된 연구보고였다. 이 MIM다이오드는 브리지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안정적인 특징을 갖는다는 것이 연구소측의 설명이다.
이 연구소는 컬러 필터를 플라스틱 LCD기판에 결합시키는 것과 관련, 컬러 필터를 패시베이팅(보호막을 씌움)하는 과정에서 온도가 18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내열의 안정된 고체플라스틱이 필요한 데다 웨이브가이드방식의 TN(TwistedNematic) 액정효과를 얻기 위해 아이소트로픽 폴리머(isotropic polymer) 기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플라스틱기판은 이같은 모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PES(PolyEther Sulfone)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PES도 완전한 물질이 아니어서 2인치 화면 이상을 만들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결과 연구소는 PES를 이용한 적색, 녹색, 청색 줄무늬의 해상도 96×128픽셀인 2인치 LCD를 개발할 수 있었다.
삼성전관은 플라스틱LCD로는 세계 최대 크기인 5.9인치 제품을 「SID 99」에서 공개했다.
지난해 개발된 이 LCD는 0.5㎜ 두께의 폴리머 필름에 기반한 것으로 유리기판을 사용한 기존 LCD에 비해 무게를 5분의 1(10g)로, 두께는 3분의 1 정도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또 해상도도 480×320픽셀의 하프VGA급으로 0.26㎜ 화소크기에 전극단자 폭을 0.14㎜로 줄여 고세정화를 실현했다.
이 제품은 기존 플라스틱 LCD가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필름 위에 산화인듐(ITO) 전극을 올린 구조로 되어있어 플라스틱 필름의 약한 내열성 때문에 크기를 키우기가 어려웠던 데 반해 ITO전극 대신 메탈을 전도층으로 하는 저저항전극을 실현, 레이저로 화소를 형성하는 방식을 이용해 중형화를 이루었다.
미국 켄트주립대학 물리학과도 플라스틱기판과 PSCOF(PhaseSeperated Composite Organic Film)라고 하는 비정통 액정물질의 일종을 이용, 유연성이 뛰어난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개발중이라고 전했다.
이 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플라스틱LCD는 TN이나 STN, 또는 강유전체 액정으로 만드는데 이들은 대부분 잘 구부러지지 않는 반면 자신들의 PSCOF 디스플레이는 화면대조비(contrast ratio)가 32:1이며 4도를 기울였을 때는 11:1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미국 브라운대학 역시 「SID 99」에서 ELMO(ELecto MechanoOptical)라고 불리는 폴리머 볼(ball)기술을 이용한 플라스틱 평판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스위치가 가능한 복굴절의 작은 폴리머 볼을 조립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의 플라스틱LCD와는 전혀 다른 성질인데 연구팀은 네마틱 상태에서 반응형의 메사겐을 광중합함으로써 복굴절의 폴리머 볼을 조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일본 리코가 PDA용으로 4인치 플라스틱LCD 개발에 성공, 현재 양산 테스트 중에 있으며 엡슨, 카시오 등이 4인치 이하의 소형 플라스틱LCD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용화를 위한 업체들의 행보가 어느때보다 활발한 상태다.
이와 관련, 샤프는 백라이트가 없는 반사형 STN 플라스틱LCD 중 최근 1.3인치 및 3인치급 소형제품의 양산에 나서 시장개척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