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몰 플랜더스

 봉건적인 권위와 위선의 틀 속에서 산업화의 태동이 시작되던 18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일생」. 대니얼 디포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몰 플랜더스」는 불행을 운명처럼 타고 났지만 억압받지 않는 삶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살았던 여인의 일대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영화가 지닌 몇 가지의 속성 가운데 전형적으로 「이야기꾼의 미덕」에 충실한 작품이다. 펜 덴샴 감독은 시대극의 매력을 시각적 이미지로 살리기보다는 마치 책을 읽어 내려가듯 정석적인 드라마 트루기에 무게감을 둔다. 따라서 영화는 자연히 몰 플랜더스란 여인의 기구한 인생에 대한 엿보기를 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감독은 매춘과 도둑으로 얼룩진 여인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말초적 호기심으로 치장하기보다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부패의 면면을 훑어가면서 그 속에서 인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밑바닥 여인의 의지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결과적으로 「몰 플랜더스」는 영화보기의 본능적 재미보다는 한 여인의 삶에 대한 감성적 동조와 위안이라는 점에서 힘을 갖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몰의 충직한 친구였던 히블(모건 프리먼)이 수녀원에서 몰(로빈 라이트 펜)의 어린 딸, 플로라를 발견하고 그녀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가면서 몰의 일기를 통해 과거를 회상해 나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몰은 절도범으로 수감된 어머니로 인해 감옥에서 태어나고 같은 날 어머니는 사형된다. 어린 시절을 수녀원에서 보낸 몰은 신부의 성폭행을 피해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고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

 잘 교육받은 집안의 딸들과는 다른 몰의 거침없고 본능적인 태도는 주변사람들에게 생기를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의지할 곳 없는 몰이 마지막으로 몸을 의지하게 된 곳은 올 월시(스토커드 채닝)가 주인인 고급 사창가. 그곳에서 몰은 감옥에서 도망치다가 올 월시의 집에 숨어 살고 있는 히블을 알게 된다. 올 월시는 몰에게 돈이 이루어주는 꿈을 알게 해주고 몰은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얻기 위해 마침내 매춘을 시작한다. 자신이 몸을 파는 것은 귀족 남편을 만나기 위한 일이라고 자위하던 몰 역시 결국 숱한 남자들 속에서 자포자기한 채 술에 취해 절망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화가인 필딩(존 린치)을 만나고, 그는 몰에게 자신의 모델이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기구했던 몰의 삶은 필딩과의 만남으로 행복과 위안을 얻지만 출산을 며칠 앞두고 필딩은 천연두에 걸려 세상을 떠난다. 필딩의 죽음 후 혼자서 딸을 출산한 몰의 삶은 다시 뒤엉키기 시작한다.

 「몰 플랜더스」는 영화의 형식에서부터 이야기의 전개까지 상식을 뒤엎는 무모함이 없듯이 결말 역시 마치 모범답안처럼 기적 같은 구원에 의한 해피엔딩이다.

<엄용주·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