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했던 세마테크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분야의 가장 강력한 국제 컨소시엄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세마테크 이사회는 국제적인 컨소시엄으로의 발전적 변신 작업을 마무리짓는 행사였다는 평가다.
세마테크 측도 경주 이사회가 열린 18일 그동안 세마테크 산하 일부 조직에서만 활동했던 우리나라의 현대전자와 대만의 TSMC, 독일의 인피니언 테크놀로지, 네덜란드의 필립스반도체 등 4개 해외업체에 문호를 완전 개방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컨소시엄의 공식 명칭도 「인터내셔널 세마테크」로 변경했다.
이번 세마테크의 외국업체에 대한 문호 개방 조치는 기본적으로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속셈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세마테크의 회원사가 세계 1위의 반도체업체인 인텔을 비롯해 텍사스인스트루먼츠·AMD·커넥선트·모토롤러·루슨트테크놀로지스·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세계 반도체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메이저 반도체업체들은 물론이고 컴팩·휴렛패커드(HP)·IBM 등 쟁쟁한 컴퓨터업체들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에서 이같은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 이외의 주요 반도체 관련업체들을 끌어들여 국제 컨소시엄의 형식을 갖추면서도 실질적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엄청난 자본이 투자되는 반도체 관련 신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외국 기업을 끌어들여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고 개발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마테크 측의 문호 개방 조치는 기본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기 회복 시점과 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물론 국내 반도체업체로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현대전자 입장에서도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업체들과 연계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보다 경제적인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특히 인터내셔널 세마테크의 국제컨소시엄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300㎜ 웨이퍼 관련 표준화 경쟁이다.
향후 2, 3년 이내에 생산라인 도입이 예상되는 300㎜ 관련 표준화 경쟁의 승패가 21세기 세계 반도체 소자는 물론 장비와 재료시장의 향배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번 경주 행사에 이사회와 함께 반도체 장비업체들과 협력회의를 동시에 개최한 것도 300㎜시장을 겨냥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어쨌든 인터내셔널 세마테크는 이번 경주 회의를 계기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분야에 가장 강력한 국제기구로서 기반을 마련했다는 총평이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