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전자부품 오퍼商> 오퍼상 전성시대 열렸다

 「세계는 넓고 국내에 공급할 전자부품은 많다.」

 이는 각종 외산 전자부품과 생산장비를 국내에 조달하는 무역상들의 견해다.

 특히 최근들어 대기업에서 명퇴했거나 개인사업에 뜻을 두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역업에 뛰어든 신출내기 오퍼상들에게는 수입오퍼라는 세계가 황금을 캐는 노다지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수입오퍼상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한국무역대리점협회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여개 의 전자부품 관련 수입오퍼상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수입오퍼상까지 합치면 전자부품 수입오퍼상은 우후죽순처럼 불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전자부품 수입오퍼업이 다시 부각되는 까닭은 최근들어 국내 전자산업 기술변화 추이가 급상승 커브를 그리고 아이디어형 전자제품이 하루에도 수백개씩 쏟아지는 데 반해 국내에서 개발·생산되는 전자부품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잠시 주춤했던 전자업체의 신제품 개발활동이 최근들어 활기를 띠면서 이들 전자부품 수입오퍼상에는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부품을 수배해달라는 주문이 쇄도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전제품의 디지털화 경향에 따른 디지털 전자부품과 무선통신기기용 RF형 전자부품 등은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독점 수입권을 획득하려는 수입오퍼상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이동전화기용 무선 핸즈프리 개발에 나선 B사의 한 관계자는 『무선 핸즈프리용 RF형 전자부품을 구하기 위해 일본 아키하바라상가를 수일 동안 이잡듯이 뒤져 겨우 수배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를 신제품에 적용한 이후 매출이 획기적으로 신장했으며 경쟁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데 따른 부수입도 짭짤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PC의 경우 30% 정도의 부품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고 이동전화기 부품 중 약 65%는 외산일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수입부품 중 상당수는 세트업체나 종합상사를 거치지 않고 국내 대리점이나 전문 수입오퍼상들을 통해 조달된다』고 밝히면서 수입오퍼상은 국내 전자업체의 병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초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아남전자·삼보컴퓨터 등이 발표한 올해 전자부품 구매 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11% 정도 늘어난 14조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중 국산 전자부품의 비중은 전체의 59.6%인 8조8000억원이고 외산 부품은 5조9000억원으로 40.4%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 컬러TV·냉장고·에어컨·전자레인지 등 대부분 가전기기의 수입 전자부품 조달 비중은 30%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PC·HDD·CD롬드라이브·이동전화기 등은 50∼60%대의 부품이 외산으로 채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기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올들어 수요가 폭증하는 통신시스템과 산업전자용 부품의 외산 조달 비중은 더욱 높을 것이라는 점이 수입오퍼상들의 귀띔이다.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이 최근 집계한 올 1·4분기 전자부품 수입 실적을 보면 수입오퍼상의 설명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올 3월까지 전자부품의 수입 실적은 총 50억850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실적 38억100만달러보다 33.8%가 늘어난 수치다.

 이중 이동전화기와 통신기기용 전자부품의 수입 증가율은 무려 60∼9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이동전화기를 비롯한 일부 정보통신기기의 경우, 수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외산 전자부품의 수입 물량도 그만큼 증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입 전자부품 중 약 20∼30%는 전문 전자부품 수입오퍼상을 통해 조달되고 있으며 앞으로 제품의 다품종 소량화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여 전자부품 전문 수입오퍼상에 의존하는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틈새시장용 전자제품의 경우 여기에 탑재되는 부품 규모가 워낙 작아 세트업체나 종합상사가 뛰어들기 어려움 점이 많다면서 이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중소 전문 전자부품 수입오퍼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전자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 형식으로 발전했던 90년대 초반까지 종합상사의 역할이 컸으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국내 전자산업의 패턴이 변화되면서 전자부품의 수입에서 차지하는 종합상사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종합상사는 올들어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단순히 전자부품을 수입·공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통폐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화점식 수입상의 역할이 줄어드는 데 비해 전문 수입오퍼상의 역할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10년째 용산에서 멀티미디어카드용 주문형 반도체를 수입·공급하고 있는 J전자 사장은 『멀티미디어카드용 주문형 반도체만을 공급하다보니 이들 제품의 향후 발전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고 수입선인 대만업체로부터 최신제품 개발정보를 미리 입수, 국내 멀티미디어카드업체에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밝히고 『한우물만 판 것이 이제는 경쟁력이 된다』면서 『전자부품 수입오퍼업에 새롭게 참여한 신생업체들도 기존업체가 이미 영역을 확보한 분야에 뛰어들기보다는 신시장을 개척,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충고했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EC)가 일반화되면서 국내 전자부품 수입오퍼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이미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일부 중소 전자업체들도 전자상거래시스템을 도입, 제품 판매는 물론 부품 구매업무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 전자상거래시스템이 정착되면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를 연결해온 수입오퍼상이 필요없게 된다.

 여기에 물품 구매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그동안 짭짤한 마진을 챙길 수 있었던 수입오퍼상의 입지는 상당부문 축소될 것이라는 점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내 전자업체의 부품 구매 패러다임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되는 전자상거래는 기존 전자부품 수입오퍼업계에 새로운 변혁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국내 전자업체의 부품 구매 패턴이 변화되는 등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보다는 전자부품 수입오퍼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것이 더욱 감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수입오퍼상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마치 수입오퍼상이 국내 전자부품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훼방꾼 혹은 폭리나 취하는 거간처럼 오인되는 사회적 인식이 가장 헤쳐나가기 힘들다』고 심경을 토로한 한 수입상은 『현재 수입되는 전자부품 중 국산이 있음에도 불구, 수입되는 종류는 저가 중국산 전자부품 이외에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수입오퍼상이 국내 전자부품산업 발전의 걸림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하기 어려운 부품을 소개함으로써 전자부품업체들이 이를 국산화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 오히려 국내 전자부품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이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