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디자인"으로 제2의 수출진흥을

노장우 산업디자인진흥원장

 흔히들 얘기하듯 디자인은 그저 외양만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기획에서부터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해 가장 적합한 상품을 개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그래서 디자인은 제품 생산과정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작업이 아니라 생산과정의 처음부터 마케팅·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기업경영의 핵심인 것이다.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보편화하고 인터넷 기반의 전자상거래 확산 등은 이제 값싸고 질좋은 상품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렵게 되었다. 경제발전과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의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특성과 차별성이 없는 평범한 유사상품으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없다.

 또한 멀티미디어로 대표되는 인터넷과 정보 콘텐츠의 확산, 컴퓨터 이용의 폭발적 증가라는 새로운 디자인 환경은 지금까지 단순히 다른 상품과 차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 디자인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바꾸어 놓았다.

 이제 디자인은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좀더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기업 역시 과거에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었으나 이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출하는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기능적 효용보다는 소비를 통한 새로운 세계의 체험에 비중을 두며 구매선택의 제1기준으로 「디자인」을 꼽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해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의 디자인 공모전이자 디자이너 등용문인 「대한민국 산업디자인 전람회」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전람회에선 아이들과 손잡고 관람을 나온 젊은 부부에서부터 나들이를 나온 중년의 부부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의 관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디자인 전람회가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일반인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 것은 소비자의 제품 선택기준이 디자인 위주로 달라지고 있는 등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올해 디자인 전람회는 멀티미디어 분야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함으로써 일반인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한 점도 일반 관람객이 증가한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전기·전자제품류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여온 제품디자인 부문에서 과거 기술력에 의한 기능만을 강조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용의 편리성이나 환경을 생각하는 사후 처리에 대한 배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공공디자인 작품 그리고 멀티미디어 작품 등에서 기술과 조화를 이룬 디자인의 위력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출품작들이 많아진 것이다.

 최근 소비자보호원이 다음 세기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의 소비실태를 조사했는데 상품 선택기준에 있어 51.9%가 디자인이라고 응답했으며 품질은 21.8%, 가격은 14.1%에 머물렀다.

 그동안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경쟁력으로 내세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바로 우리 내부에서부터 외면당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일반인의 기호가 디자인 위주로 바뀌고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는 요즘 우리는 이제 앞서 있는 생산기술에 디자인을 접목함으로써 제2의 수출진흥을 이루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모든 기업과 각계각층에서 더욱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