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일영상과 20세기폭스가 최근 결제대금 거부 등 일부 비디오대여점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뭘까.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를 중심으로 한 대여점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함량 미달인 작품들을 최고가인 2만7500원에 책정·판매하는 등 이른바 「비싼 비디오」를 가장 많이 양산함으로써 대여점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킨 데 대한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제작사들은 이같은 분석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통업협회 회원사들의 논리대로 한다면 전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을 상대로 결제대금 거부운동을 펼쳐야 하는데 자신들만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뭔가 더 큰 속셈이 있을 것이란 게 이들 제작사의 주장이다.
예컨대 우일과 20세기폭스를 표적으로 해 거부운동의 상징성과 전술적 성과를 올리려는 속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상징성이 큰 우일을 상대로 해 비디오가격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하는 한편 버겁지 않은 폭스와의 한판 승부를 통해 성과를 올리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이는 프로테이프 제작사들과 전면전을 펼칠 경우 예전과 다른 결속력을 보이고 있는 협회 회원사들이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이들 제작사는 분석하고 있다.
다른 제작사들도 이같은 분석을 일리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최근 비디오협회는 우일과 폭스에 대해 개별협상에 응하지 말도록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디오 가격문제가 특정 업체에만 해당되는 게 아닐 뿐만 아니라 일부의 극단적인 움직임에 강력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제작사와 유통사·대여점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을 판국에 비디오가격의 종전가 환원을 이슈로 해 문제를 삼는 것은 논란을 일으켜 이완된 협회의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며 유통업협회의 문제 제기를 「구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영상음반유통업협회측은 『할 말이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