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음악 위주로 편협해져 있는 대중문화에 다양성과 창의성이라는 자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비주류 음악을 다루거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독립음반사들의 활성화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독립음반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당장의 상업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10대 취향의 음악이 주를 이루면서 국내 대중음악산업은 마치 편식으로 인해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철저히 한 쪽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메이저 음반사에 종사하던 젊은 음악인들과 홍대앞·신촌 등지에서 활동하던 언더그라운드 밴드 사이에서 창업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국내 독립음반사(인디레이블) 설립은 붐을 이뤘다. 그야말로 「젊은 피 수혈」이 시작된 것이다.
대표적인 인디 레이블로는 독자적 유통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인디」와 「명음레코드」가 있고,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활동을 바탕으로 「벅스」 「강아지 문화예술」 「라디오」 「원뮤직」 등이 설립됐다. 또 특이하게 「스톰프뮤직」은 PC통신 음악동호회 출신들이 모인 음반회사며, 「까치호랑이」는 민족음악인협회가 대중화의 길을 걷기 위해 만든 독립음반사다.
이밖에도 국내 메이저 음반사 출신들이 설립한 「틴 팬 앨리 엔터테인먼트」 「2Clips」 「굿 인터내셔널」 「C&L뮤직」 등은 주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곡들을 발굴해 다양한 마니아층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 독립음반사는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독창성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음악 콘텐츠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음악 벤처기업들이다. 비록 제작비 절감과 유통망 확보가 사활을 좌우하는 과제이지만 이들의 「도전과 실험」이라는 인디정신은 우리 문화의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음반업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음악시장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온라인화될 경우 이들처럼 발빠른 기동력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문화게릴라」의 역할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차세대 우리 음악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국내에도 「싱글음반시장」의 형성과 이를 만들어내는 「독립음반사」의 활성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