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조조정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대가 기아의 새 주인이 된 데 이어 이미 쌍용을 품에 안은 대우가 삼성자동차 인수를 위해 막후 협상을 진행중이다. 생산능력이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두 개의 거대 업체가 국내에도 출현한 셈이다. 이같은 완성차업계의 재편은 자연스럽게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현대가 현대기아 부품업체의 통폐합을 선언했으며 이에 발맞춰 대우도 협력업체를 대폭 슬림화할 계획이어서 머지않아 절반 이상의 부품업체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다음달 1일부터 대일 무역역조를 시정하기 위해 도입된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폐지되면서 국내 자동차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특히 고삐 풀릴 날만을 기다려 온 일본자동차가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상륙하는 등 내수시장을 놓고 수입차와 국내업체간 한 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업계 재편=현대·대우·기아·쌍용·삼성 등 5개사가 경합을 벌였던 자동차시장이 2사 체제로 재편됐다. 지난해 쌍용이 대우로 넘어간 데 이어 기아가 현대를 새 주인으로 맞아들였으며 자동차그룹을 표방한 대우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3강2약」에서 「2강」구도로 바뀐 것이다. 현대는 기아를 인수해 생산능력 세계 9위 업체로 떠올랐다. 현대차 180만대, 기아차 83만대, 아시아차 22만대 등 모두 28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게 됐다. 통합경영을 위해 이미 현대는 현대자동차써비스와 현대정공 자동차 부문을 현대자동차에 합병하고 기아는 아시아자동차·기아차판매 등 5개 자동차관련 계열사를 기아차로 흡수 합병했다. 대우 역시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 250만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가진 자동차 전문업체로 거듭난다.
△일본차 진출 카운트다운=일본 자동차업체의 한국시장 진출은 탐색 단계를 넘어 시기 선택을 저울질하고 있다.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도요타로 그동안 딜러였던 진세무역과 판매대행 계약을 마치고 수입사인 TT코리아를 통해 한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닛산·혼다·미쓰비시가 무한 질주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중이다. 업계에서는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아직 0.5%에 불과하지만 2003년쯤 국내시장의 5% 정도를 잠식하고 장기적으로 30% 정도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품업체의 거대화·전문화=완성차 구조조정은 부품업체에도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와 기아가 합쳐지면서 동일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평균 4.1개사로 늘어났다. 지난해 쌍용차를 인수한 대우도 부품당 업체수가 3.02개로 증가했다. 단순 계산해도 각각 2, 3개의 부품업체는 없어도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부품업체도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완성차업계도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이 완성차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외의 승부를 위해서는 자동차산업의 뿌리가 되는 부품업체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현대는 1부품 2개 업체 체제를 선언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와 기아를 합해 800여개의 1차 협력업체 가운데 400여개 업체가 도산하거나 2차 협력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부품업체들은 해외업체와 손을 잡거나 관련 기업끼리 합병 또는 제휴를 통해 살아남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