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이 국산 가전제품의 신천지로 주목받고 있다.
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루마니아·불가리아 등 동부 유럽국가들에서 국산 가전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더구나 유럽 선진국들과는 달리 이들 동구지역에서는 국산 가전제품이 고가로 팔리면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어 국내 가전업체들이 수출에서 채산성을 확보하는 데 이들 동구지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 LG전자의 컬러TV와 VCR는 시장점유율 28%와 20%로 선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룸에어컨은 헝가리에서 45%의 시장 점유율로 수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컬러모니터가 헝가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우전자는 전자레인지가 체코에서, 세탁기는 루마니아에서 각각 선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동구지역에서 국산 가전제품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글로벌메이커로서는 가장 먼저 이 시장에 대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90년대 들어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시장이 개방됐지만 아직 필립스 등 유럽 브랜드들이 발을 붙이지 못한 데다 세계 가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업체들도 시장을 관망한 채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LG전자가 루마니아에 마케팅전담 지사, 헝가리에 동구비즈니스센터를 설립해 독자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헝가리, 대우전자가 폴란드 등에 컬러TV 공장 생산시설을 구축해 본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동구는 국내 업체들에는 말 그대로 신천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내업체들의 이같은 초기시장 장악은 현재 컬러TV의 보급률이 60%에 불과할 정도로 가전제품의 보급이 극히 적은 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 앞으로 동유럽이 국내 가전업체들에는 물량확대는 물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수출 지역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안만호 LG전자 루마니아 지사장은 『동구시장은 아직까지 수요가 크지 않지만 엄청난 잠재수요가 있는 유망 시장』이라며 『특히 최근들어서는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양면여닫이 냉장고, 패키지 에어컨, 프로젝션TV 등 고가제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물량면에서 뿐만 아니라 수익률면에서도 높은 이익을 올릴 수 있어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업체들로서는 이 지역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