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KeyWord.. IT와 주가의 속성

 지난 95년 최고의 벤처로 꼽히던 소프트웨어전문 H사. 당시 국내 유수의 한 증권사가 평가한 H사의 주식가치(등록 이전)는 액면가의 20배였다. 요즘 벤처기업들의 평가에 비하면 20배는 그저 평범한 수치지만 당시로선 엄청난 것이였다.

 그러나 3년 후, 그러니까 IMF상황이던 지난 98년 H사는 경영부실로 최고경영진이 퇴진하는 수모를 겪으며 간신히 명맥만이 이어졌다.

 지난 94년 말 혜성처럼 등장한 넷스케이프.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월드와이드웹(WWW)방식의 브라우저 「내비게이터」로 전세계 IT업계를 한순간에 평정한 회사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넷스케이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주에 제동을 걸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넷스케이프도 지난해 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에 합병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물론 증권사 분석가들이 H사나 넷스케이프 등을 잘못 판단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들이 IT발전을 위해 뿌린 씨앗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H사는 한국 사회의 정보화와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넷스케이프 역시 인터넷 대중화시대의 기초를 닦았다.

 철옹성 같던 H사나 넷스케이프를 무너뜨린 것은 누구일까. 분명한 것은 MS 등 동일 선상에 있던 경쟁기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H사나 넷스케이프 제품 사용을 통해 새로운 IT시장의 흐름을 읽어낸 이들이다.

 브라우저 사용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이 한차원 높은 인터넷서비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야후와 같은 회사를 창업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테면 넷스케이프는 MS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고 그 역할과 주도권을 다음 세대에 넘겼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이다.

 IT분야에서 이른바 황제주의 이동현상은 바로 이같은 도도한 시장흐름을 반발자국쯤 앞서 반영한다는 속성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미국의 황제주인 인터넷 관련주식들의 하락추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IT분야 황제주 이동현상은 한 분야를 퇴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원천적 에너지로 봄이 타당하다는 얘기는 그래서 설득력을 더한다.

<서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