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대표 윤종용)의 백색가전 사업 향배에 또 다시 주변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대우전자에 대한 빅딜이 무산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삼성전자가 백색가전 부문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대로 매각처분할 것이라는 예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백색가전에 대한 해외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결과를 점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백색가전 부문에 대한 M&A 협상을 보다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지난 97년 말까지만해도 4개에 달하던 사업부를 지난해 2개로 축소한 데다 올초 냉장고 제조부문에 대한 분사를 단행하는 등 그동안 몸집 줄이기에 박차를 가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최근 광주전자로 분사했던 쇼케이스사업을 외국업체에 매각하면서 그동안에도 백색가전 부문에 대한 M&A를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대우전자 인수팀 소속의 직원들 가운데 일부가 기존 사업부로 복귀하는 등 대우전자 인수를 포기한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어 삼성전자가 백색가전 부문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대로 매각할 것이라는 주변업계의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지난 한해동안 급작스레 진행한 구조조정의 여파로 아직까지 전자레인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백색가전 사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고위층 임원들의 경우 업무파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2배 이상 늘어난 업무부담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업계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대우전자를 인수하더라도 백색가전 부문에 대한 처리문제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해 온 것도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말 대우전자 인수문제가 불거진 이후부터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그동안 M&A 협상을 벌여온 외국업체에 대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 등 M&A보다는 협력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춰 수출물량 확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또한 냉장고와 세탁기 등 부피가 커 물류비용이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 외국 가전업체들과 상호 OEM공급 및 마케팅 협력을 통해 서로간에 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올초에는 백색가전 수출부서에 OEM팀을 신설,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력이 취약한 제품에 대한 아웃소싱작업도 늘려가고 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오히려 외국 가전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백색가전 부문을 강화한다는 것으로 그동안의 매각추진과는 정반대되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백색가전의 경우 워낙 지역별 특성이 강해 현지생산이 필요한 반면 IMF 한파로 더 이상의 신규투자가 어려워져 이처럼 업체간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손익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이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실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삼성전자의 전략까지도 M&A 협상에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삼성전자가 앞으로 백색가전 사업을 어떤 구도로 추진할지 그 향배에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