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만난 사람> 핸디소프트 안영경 사장

 국내 벤처기업의 선두주자인 핸디소프트가 제2의 도약을 꿈꾼다. 핸디소프트는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최대 규모인 100억원의 투자 유치를 계기로 그동안 준비해온 세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시장을 겨냥해서도 지난 22일 2년 만에 대대적인 신제품 발표회를 갖고 워크플로와 그룹웨어 시장몰이에 나섰다. 핸디소프트는 또 올 하반기 코스닥 진출과 2001년 미국 나스닥 진출추진 등 2000년대 세계 일류 소프트웨어(SW)로 발돋움하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국내에서 1등해도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1위 자리도 곧 내줄 수밖에 없지요. 워크플로라는 미개척지에 역량을 쏟아부어 세계 일류 업체로 성장하려 합니다.』 창업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의욕에 차 있는 안영경 핸디소프트 사장(45)을 만나봤다.

 -이번 아리랑구조조정기금의 투자 유치는 핸디소프트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국내 벤처기업들은 IMF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생존의 위협 속에서 사투의 시절을 보냈습니다. 특히 우리 회사는 한층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정부가 대기업과 공동으로 그룹웨어를 공공기관에 직접 공급하려 하면서 주력시장을 송두리째 잃을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 정부가 이러한 방침을 철회했으나 그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번 투자 유치로 우리 회사는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들을 안심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고객에 더욱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 투자 여력을 확보한 게 기쁩니다.

 -한때 그룹웨어 사업을 포기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사실인가.

 ▲포기 정도가 아니라 부도설까지 유포됐었습니다. 그러나 어음도 발행하지 않는 회사가 어떻게 부도를 낼 수 있겠습니까. 소문의 진원지를 알고 있지만 개의치 않겠습니다. 부동의 1위 업체다 보니 음해도 많은 게 아닌가요. 우리는 창업 때부터 워크플로를 미래 핵심 기술로 보고 이 분야에 전념해왔습니다. 그룹웨어 사업은 워크플로 기술을 응용해 당장 시장성이 있는 분야에 집중한 것뿐입니다. 워크플로 시장이 성숙되고 있어 이 사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입니다. 물론 그룹웨어 사업도 한층 강화할 것입니다. 인트라넷 등 새로운 환경에 맞는 신제품 출시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핸디소프트는 어느 SW 업체보다도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진출 현황은.

 ▲일본과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선 일본 시장에서 아마다사 프로젝트의 성공을 계기로 핸디소프트의 지명도가 크게 높아졌으며 도입 요구가 활발합니다. 스미토모 그룹의 경우 제품 도입은 물론 시장을 공동 개척하기 위해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를 통해 총판계약을 맺자고 하고 있으며 막바지 협상중입니다. 미국 국방부 프로젝트의 경우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지난달 현지의 한 업체와 최종 심사단계에 올랐습니다. 올 10월께면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으나 시장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수주에 전력하겠습니다.

 -코스닥 상장과 나스닥 상장을 추진중인 것으로 안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코스닥에는 올 하반기 진출할 계획입니다. 요건은 이미 충족됐으며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가겠습니다. 애초 코스닥에 앞서 나스닥에 먼저 진출할 계획이었으나 여러모로 시기 상조인 것 같아 1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2001년께로 잡았습니다. 상장 자체를 서두르지 않고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벤처 1세대로서 국내 SW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를 텐데.

 ▲벤처기업가에 필요한 것은 시장을 제대로 보는 눈입니다.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들더라도 전문 시장조사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책당국에도 할 말이 많습니다. 정부가 벤처기업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시장을 만드는 데에는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습니다. 미국 벤처산업의 발전은 정부가 공공 프로젝트를 벤처기업에 유리하게 배정해 대기업과 벤처기업 사이에 우호적인 협력 분위기를 조성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우리 정책당국도 이러한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