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스크린쿼터 축소 요구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방미대표단을 구성, 지난 23일 미국으로 향한 데 이어 문성근 영진위 부위원장과 강제규 감독은 24일 「홍콩 필름 포럼99」에 참가,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요구의 부당성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영화계는 정부가 입장표명을 철회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어 파장은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최근 영화계와의 면담자리에서 행한 「입장표명」에 대해 영화계가 크게 반발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기정사실화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 『최소 2년 이상의 한국영화 기본인프라 구축을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며 이를 관철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한국영화인들이 미국 영화계와 의논하고 영화진흥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스크린쿼터 대안을 제시하면 이를 한·미투자협상에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화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영화계는 『정부가 스크린쿼터 문제를 국내 영화계에 떠 넘기려는 것』이라며 스크린쿼터 사수의 불길을 더욱 지필 태세를 보여 파문이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계가 이처럼 스크린쿼터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스크린쿼터가 대폭 축소 또는 폐지될 경우 극장주들이 직배영화사의 배급에 의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함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영화 상영을 외면함으로써 한국영화 배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정부가 제시한 영화진흥책도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게 영화계의 주장이다.
특히 영화계가 스크린쿼터 축소 얘기만 나오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축소일의 상징적 의미보다는 그동안에도 극장주들이 한국영화 상영일수를 고의로 줄여왔는데 의무상영일마저 줄어들 경우 상황은 불을 보듯 훤하다는 판단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는 현재 146일의 스크린쿼터제를 전면 폐지하면 5년 이내에 우리나라 영화의 점유율은 5% 미만으로 떨어지고 제작편수는 10편 미만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들어 활성화되고 있는 금융권의 자본참여도 썰물처럼 빠져 나감으로써 우리나라 영화산업 붕괴는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주장이다.
영화계는 현상황에서 문제는 정부의 협상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미국 투자자들의 대한투자를 늘리기 위해 한·미투자협정(BIT) 체결을 서둘러야 할 처지에 있고 외교통상부도 협정 체결을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영화계와 일부 산업계에서는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문화산업을 협상의 담보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부득이할 경우 스크린쿼터 축소일을 명시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스크린쿼터 조정 방침을 천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시장상황을 전제로 해 일정을 정하고 축소뿐만 아니라 축소반대로 확대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