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행동과 오만을 버리며 중요 정책의 사안을 공개해 고객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겸허하게 수용하자.』
요즘 과학기술부 공무원들의 다짐이다. 이같은 다짐처럼 최근 과기부가 달라지고 있다. 과기부는 직제개편과 함께 연구개발국을 출범시키면서 『금맥 탐사보다는 금괴의 제조·판매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며 기업이 계속해서 인기있는 신제품과 개선된 제품을 제때 출시하지 못하면 도산하는 것처럼 연구개발에도 기업마인드를 도입하는 등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신설된 연구개발국을 중심으로 『정부의 역할은 연구개발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이 잘 되도록 돕는 것이며 연구개발 주체의 움직임이 원활하도록 해주는 것이 업무의 초점』이라며 연구개발 정책에서 정책의 내적 타당성뿐 아니라 외적 타당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고 결과를 중시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기술의 최종수요자인 국민과 기술의 중간수요자인 산업계, 정책의 1차 수요자인 연구원을 대상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업무에 반영토록 하는 등 연구현장의 고뇌를 함께 느끼고 해결하도록 해 연구자가 진정으로 과기부를 따르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서정욱 장관은 자신부터 연구현장의 연구자를 존경하고 격려하면서 애로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등 연구자들에 대한 감사를 생활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과기부 직원들에게는 규칙과 절차를 고집하지 말고 서비스와 결과 중심으로 업무를 처리하되 좋은 연구성과를 저해하는 규칙과 절차를 즉각 시정, 우수한 연구자의 창의적 활동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과기부가 국가 연구개발비의 대부분을 투입하면서도 출연연이나 대학 등 과학기술계로부터 『시시콜콜 간섭만 하는 출연연 관리본부』라는 비난을 받아온 데 따른 자기반성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위해 과기부는 모든 연구과제에 있어 연구개발 목표를 그 달성 여부가 쉽게 판명될 수 있는 형태로 가시화하고 연구성과의 이용단계까지 책임질 체제가 갖추어져 있는지를 우선 점검하고 있다. 연구과제 심사에서도 『언제 무엇이 나와 어디에 쓰이는지』를 물어 한마디로 답변하지 못하는 과제는 최우선 탈락시킨다는 전략.
여기에 연구자가 전문과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소요인건비를 집중 지원하되 원칙적으로 1개 과제, 유사과제의 경우에도 3개 이내로 한정하고 있다. 또 연구책임자에게 연구과정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대 부여하는 한편 다년도 계약방식의 채택을 확대해 연구수행의 안정성을 높여주고 부수 업무를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구자가 연구행정에 투입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하고, 모든 연구과제의 평가에 1명 이상의 인문·사회과학자를 포함시켜 경제·사회·문화적인 건강성을 점검하고 지식을 상호 교환하도록 할 방침이다.
과기부는 원칙적으로 잔여 연구비를 회수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연구나 다른 연구목적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표본정산을 실시, 오용된 것으로 밝혀진 연구자에 대해서는 엄벌하는 등 잔여 연구비의 자율적 활용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연구성과에 부응하는 인센티브가 실제로 연구자에게 지급되었는지를 점검, 기관장이나 지원부서의 부당성이 포착되는 연구기관에 대해서는 그들의 인건비 재원(간접비)을 감액한다는 방침이다.
과기부 최석식 연구개발국장은 『10개의 중위급 기술보다는 1∼2개 최상급 기술이 기업을 먹여 살리듯 연구개발에서도 49점과 51점의 조합보다는 100점과 0점의 조합을 이끌어내야 하며 모든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기획하도록 하겠다』며 『연구과제 선정 역시 국가 전반의 수요에 입각하되, 산업계 또는 직접 이해당사자의 명시적 수요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기술의 활용자와 활용계획이 분명한 산·학·연 협동연구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며 과학기술계의 요구와 비판을 폭넓고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과 출연연의 재편, 민간부문의 연구개발 축소 등으로 확 달라진 환경에 과기부의 새로운 의지가 어느 정도 접목될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