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인터넷 사업과 구성원의 열정

 흔히 전통적인 경영의 3요소로 3M, 즉 노동(Man)·자본(Money)·시설(Material)을 든다. 최근에는 기술이 기업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라는 관점에서 시설 대신에 기술(Technology)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경제시대에는 경영의 3요소를 노동과 자본 그리고 열정(Passion)이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경제시대에 부가가치를 올리는 것은 창의적인 지식이나 정보, 아이디어 등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 조직에 몸담고 있는 종사원들의 남다른 열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발현되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AOL·아마존 등 소위 디지털 경제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 기업들은 모두가 이러한 열정을 토대로 해서 기업경영을 하고 있거나 그러한 조직문화가 뿌리깊게 정착된 기업들이다.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이라는 영화가 있지만 시애틀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들은 밤을 새우며 일하는 조직문화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모든 회사의 성과는 각 구성원들이 발휘하는 최고를 향한 열정의 산출물이다. 각각의 역할은 다를지언정 자기 자신의 능력에 있어서는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그러한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을 현재화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열정인 것이다.

 물론 나도 누군가를 평가할 때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고려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지닌 열정을 평가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열정만 있으면 거의 무엇이든 다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정은 저절로 생기고 발산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유인동기가 있어야만 한다. 자발적으로 또는 스스로의 도전의식 때문에, 즉 흔히 말하는 자아실현의 욕구 때문에 열정이 생겨난다는 주장에는 한계가 있다. 또 충성심이나 애사심에만 호소하는 것으로도 열정을 유발시키기 어렵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서 경제적인 동기든 신분상승의 동기든 간에 무언가의 유인동기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 제도화된 유인동기를 스톡옵션(Stock Option)에서 찾고 싶다.

 스톡옵션은 일정기간 뒤 정해진 수량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한행사를 의미한다. 주식가격이 올라 차익실현이 가능하면 권한을 행사하고 떨어지면 매입을 포기하면 된다. 이는 일종의 성과급이므로 사원들이 주식 값을 올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기대의 산물이다.

 이같은 스톡옵션 제도에 대해 기여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관점에서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톡옵션은 자신의 열정을 바탕으로 사업화에 성공한 임직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줌으로써 잠재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창의와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는 조직문화를 창출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AOL의 기업가치가 GM보다 크고 야후의 기업가치가 보잉사보다 큰 디지털 경제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 마인드나 사회 패러다임에 일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시장 메커니즘이 정립된다면 인터넷 기업은 현재의 시가총액보다 훨씬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인터넷 기업은 21세기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비록 외국보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디지털 경제체제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형을 찾아낸다면 의외로 쉽게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형을 수립하기에 앞서 먼저 고려할 것이 있다. 바로 디지털 경제시대에 맞는 기업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업무프로세스나 정보시스템을 변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의 열정을 고취시켜 일에 몰입하게 만들고 또 그 성과를 개인에게 환원시켜 더 큰 열정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문상환 데이콤 정보통신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