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컴동호회 "자율 정화" 필요

 PC통신 동호회가 여론을 주도하는 새로운 구심점을 형성하는 만큼 동호회의 사회적 책임이나 도덕적 가치관이 이를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원들간의 정보교환이나 친목도모가 동호회 발족의 근본취지인 만큼 동호회 운영진들은 신뢰성이나 책임감을 갖고 그 영향력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는 PC통신 동호회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면서 일부 운영진이나 회원들이 그 영향력을 악용하거나 압력의 수단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3월 하이텔 OS동호회의 이름으로 불거져 나온 「윈도98 가격 논쟁」이나 하이텔 하드웨어 동호회가 주축이 된 「평면 모니터 논쟁」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의 집단적인 시위로까지 이어지게 할 만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윈도98 가격 논쟁은 OS동호회 이름으로 낸 성명서에서 시작됐으며, 평면 모니터 논쟁도 「딴지일보」를 통해 하이텔 하드웨어 동호회 회원이 제기한 의문으로부터 불꽃이 점화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명에 가까운 세미나를 개최하는 양상까지 보이기도 했다.

 물론 OS동호회와 하드웨어 동호회를 비롯해 많은 동호회가 그 영향력으로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익에 보탬이 되는 올바른 여론을 형성한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97년 IMF 사태가 발생하자 많은 동호회가 자발적인 차원에서 「신 물산장려운동」을 펼쳐 국산품 애용운동을 불러일으킨 사례와 「금모으기 운동」 등은 사회적으로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같은 긍정적인 측면에 비해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악용해 문제를 야기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적된 윈도98 가격 논쟁은 처음 언론에는 OS동호회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제제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논쟁의 불꽃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제제기 자체가 OS동호회 전체의 동의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대표시솝의 개인적인 결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결국 동호회 회원들의 탄핵에 의해 시솝이 물러나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 대학 동호회에서 불거져 나온 소위 「스키장 성폭행 사건」도 일부 회원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눈길을 끌었던 사례다. 모 대학 MT에서 스키장으로 간 선배가 후배를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이 동호회 게시판에 올라옴으로써 불거져 나온 이 사건은 결국 근거 없는 소문을 무책임하게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사건은 급속하게 통신인 사이에 논쟁으로 비화해 PC통신 동호회 전체 차원의 문제로 번졌고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이처럼 부작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호회의 회원수와 영향력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데 반해 동호회의 사회적 책임이나 운영방식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근본적인 문제는 동호회의 성격이 점차 이익단체로 변하고, 회원층의 연령이 아직 성숙되지 못한데다 운영진의 책임부재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즉 동호회가 초기에는 친목단체의 성격을 갖다가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 이익단체로 점차 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호회 활동을 하는 연령층이 아직까지 10대·20대가 주류여서 걸러지지 않은 의견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여론을 주도하고 동호회를 이끌어 나가는 운영진들도 잡음의 원인이 된다. 1년 기간의 봉사직으로 회원들에 의해 선출되는 운영진의 경우 대부분 고달픈 활동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일에 열중하기도 하지만 일부 동호회에서는 개인의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좇는다는 의혹을 사기도 하고 관련기업과 유착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최근 들어 동호회 활동에 사법당국이나 PC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제재조치를 가하려는 등의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동호회 회원들의 사회적 영향력에 맞는 자율적인 정화작용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