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밀레니엄 리더들은 누구인가. IT업계의 톱 클라스 CEO부터 기술혁명을 주도할 엔지니어,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를 움직이는 슈퍼 벤처캐피털리스트, 21세기를 예언한 미래학자까지 정보사회를 이끌어갈 밀레니엄 리더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사장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사장(50)은 「미스터 인터넷」 또는 「인터넷의 왕」으로 불린다. IT업계 CEO 중 인터넷의 대중화와 디지털 경제 발달에 가장 공헌한 인물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제국이라면 시스코는 네트워크왕국이다. 인터넷 서비스 핵심장비 라우터에 대한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80%를 넘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년 걸린 주가총액을 12년 만에 달성한 기업, 전체 직원의 30%인 5000명이 스톡옵션으로 백만장자가 된 기업으로 실리콘밸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스탠퍼드대 교수 레오나드 보색과 샌디 러너가 84년 창업한 이 회사가 오늘날 네트워크 세계를 천하통일한 데는 체임버스의 탁월한 수완도 큰 몫을 했다.
그의 공격적인 경영 덕분에 지난 94년 CEO 취임 당시 12억 달러였던 시스코의 매출은 7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현재 이 회사의 자산평가액은 무려 1600억 달러. 미국 자동차업계 1, 2위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합친 것보다 많다.96년 「비즈니스위크」지의 「톱 25인 경영자」, 97년 「일렉트로닉 비즈니스」지가 뽑은 「올 해의 최고경영자」에 오른 체임버스는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이 다음 세기를 이끌어갈 선두주자로 손꼽는 최고의 CEO다.
91년 시스코에 월드와이드 영업담당 부사장으로 합류하기 전 그는 70년대를 IBM에서, 80년대는 왕컴퓨터에서 보냈다. 메인프레임의 최강자 IBM, 워드프로세서 독점기업 왕컴퓨터가 PC에 뒤늦게 대처해 침몰하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본 셈이다. 정보통신기술과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경영원칙을 터득한 체임버스는 실리콘밸리의 10여개 첨단기술 보유업체를 잇따라 인수했다. 그는 M&A 후 인수업체의 직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그대로 조직 내에 융화시키는 화합경영으로도 존경받고 있다.
체임버스는 CEO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인물이다. 빌 게이츠나 스콧 맥닐리가 날카로운 독설로 적을 만드는 반면 그는 남부 특유의 부드러운 매너를 가진 인물이다. 조용하면서도 빠른 말투와 상대를 설득하는 화술로도 정평이 나있다. 알고 보면 청소년시절 체임버스는 말을 더듬는 독서장애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치료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웠다. 그의 아내가 언어치료학자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사실 의사집안에서 태어난 체임버스의 어릴 적 꿈은 의사였다. 인디애나 대학 석사,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 법학박사 출신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이다. CIO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디너 파티에 초대하고 싶은 인물로 아버지와 만델라를 꼽았다. 차는 재규어 XL 컨버터블이지만 시스코 본사에는 사장 전용 주차장이 없다. 26년 전 결혼한 아내 일레인, 딸 린제이, 아들 존과 실리콘밸리의 백만장자들이 모여 사는 그림같은 언덕, 로스 알토스힐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