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2가 포스트PC시대의 표준이 될 것인가.
「자바맨(JavaMan)」 스콧 맥닐리가 이끄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최근 자바2 마이크로 에디션을 공개함으로써 정보가전을 중심으로 전개될 서브PC 전성시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서버를 겨냥한 자바2 엔터프라이즈 에디션(EE), 데스크톱에 탑재될 스탠더드 에디션(SE)에 이어 이번에 발표된 마이크로 에디션(ME)은 선의 슬로건인 「자바를 모든 곳에(Java Everywhere)」를 실현해줄 핵심카드. 2년 전 개발한 퍼스널 자바와 임베디드 자바를 대체하면서 PDA, 차세대 휴대폰, 웹TV 등 정보가전을 위한 크로스 플랫폼으로 내세운다는 것이 선의 전략이다.
그동안 자바를 서브PC 디바이스의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선의 노력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MS가 윈도의 시장지배력을 견고히 하기 위한 보조도구로서 자바를 재해석한 데 이어 IBM과 HP도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최근에는 인텔마저 자바 클론 메이커 뉴모닉스사에 투자하는 등 리얼타임 임베디드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써야 하는 자바 클론들이 무수히 생겨나면서 자바의 천하통일은 점점 힘들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자바2는 자바의 주도권 싸움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선 회장인 스콧 맥닐리의 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선은 서브PC가 데스크톱 클라이언트를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가정하에 자바2 ME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는 PC를 이용한 인터넷 접속이 98년 94%에서 2002년 64%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트PC시대의 증후군은 이미 신제품 개발동향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특히 첨단 다기능 전화는 포스트PC의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알카텔은 전화기에 카드를 집어넣기만 하면 음성메일과 E메일, 팩스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웹터치 원(Web Touch One)」과 인터넷 접속에 PDA기능까지 갖춘 휴대폰 「원터치컴(One Touch COM)」을 내놓았다. 스리콤의 「팜Ⅶ」은 PDA라기보다 무선컴퓨터에 가깝다. E메일과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큐비트 테크놀로지의 무선 터치스크린 「웹 태블릿(Web Tablet)」 역시 눈에 띄는 포스트PC다. 그밖에 TV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웹TV가 늘어나는가 하면 냉장고, 오븐, 전자레인지 같은 주방기기들도 정보가전으로 진화되고 있다.
선은 자바2 ME를 이처럼 쏟아져 나오는 서브PC의 표준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스리콤·AOL·넷스케이프·모토롤러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들어 모토롤러·NTT도코모 등과 자바를 양방향 페이저, 이동통신 단말기, 세트톱 박스 등에 적용키로 하는 계약을 잇따라 체결한 데 이어 스리콤과도 자바 탑재계약을 맺고 팜OS와 호환되는 자바가상머신(JVM) 개발을 추진중이다. 아울러 데스크톱에 적용되는 자바2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AOL·넷스케이프와도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부터 AOL의 모든 인스톨CD에 자바2 SE가 탑재되고 내년에 발표될 넷스케이프 5.0과도 통합될 계획이다.
이같은 선의 강공에 MS 역시 정보가전용 OS 「윈도CE」로 맞서고 있어 포스트PC시대 주도권을 놓고 벌어질 두 회사의 주도권 싸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