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63);감각의 세계

 엄마들은 아기 이마에 입술을 대어 체온을 가늠해보는데 놀랍게도 250분의 1도라는 아주 미미한 변화도 알아챌 수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보통 사람들이 구별할 수 있는 냄새의 종류는 무려 1000가지나 되며 향수업계 등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1만 종류도 가려낸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 능력에는 놀라운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잘 속기도 한다. 폭포의 떨어지는 물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세상이 전부 위로 올라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또 기차에 앉아 있는데 옆 기차가 출발하면 순간적으로 자신이 탄 기차가 뒤로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감각이 「상대적」이기 때문. 달리 말하자면 인간의 감각은 자극에 쉽게 적응해 익숙해진다. 그래서 다른 자극이 들어오면 현재 익숙해져 있는 감각 수준과 비교해서 받아들인다. 이런 사실은 다음에 소개하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손을 담글 수 있는 크기의 그릇을 세개 준비한다. 하나에는 얼음물, 또 하나에는 미지근한 물, 그리고 마지막에는 뜨거운 물을 채워둔다. 뜨거운 물은 목욕탕의 열탕처럼 손을 담가도 괜찮은 정도로 한다.

 그 다음 오른손은 얼음물에, 왼손은 뜨거운 물에 담가고 몇분 동안 있다가 두 손을 꺼내 미지근한 물에 동시에 담근다. 그러면 오른손은 뜨거움을 느끼고 왼손은 차가움을 느낀다. 각각의 손이 방금 전까지 받아들이고 있던 온도 감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밝은 곳에서 갑자기 극장에 들어가면 깜깜해서 전혀 안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 어둠에 익숙해지면 서서히 주변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

 인간에게는 흔히 오감이 있다고 말한다. 시각·청각·촉각·미각·후각 등. 그러나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거의 의식하지 않거나 심지어 알지 못하는 감각들이 매우 많다. 이를 테면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중력 감지 및 평형 유지 능력도 훌륭한 감각이다. 술을 너무 마셔서 취하면 시각이 혼란스러워져서 물체가 두 개로 보이기도 하고 평형 감각 역시 흐트러져 나중에 『땅바닥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나를 덮쳤다』는 말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튼 우리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최소한 20가지가 넘는다고 하며 그 중에는 내분비선의 호르몬 배출 조절 등과 관련되는 섬세한 감각도 있다. 몸 전체가 센서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미각과 후각이 서로 독립적인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맛의 상당 부분은 코로 느끼는 것이다. 감자와 사과는 껍질을 벗겨 썰어놓으면 비슷하게 보이는데 이 두 가지를 섞어놓은 뒤 눈과 코를 막고 먹어보면 뜻밖에 둘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어릴 때 쓴 약을 먹을라치면 어른들이 코를 막고 먹으라고 한 것도 같은 이치다. 후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묘하다.

 어떤 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몸 안에 있는 후각기관은 네개나 된다고 하는데 아직도 그 신비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감각을 느낀다는 것은 두뇌가 자극 신호를 받아서 해석하는 일이다. 그래서 과중한 자극이 닥치면 두뇌의 해석 능력이 포화 상태가 되어 감각에 둔해지게 된다. 평소에 면도칼에 살짝 베이면 상당히 아프지만 축구 경기를 하며 열심히 뛰다 넘어져 무릎이 심하게 벗겨져도 경기 중에는 별로 통증을 못 느낀다.

 온 몸의 감각들이 긴장해 있어 두뇌가 부지런히 그 해석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가락 끝을 망치로 때리든가 했을 때 손을 흔들어대면 통증이 좀 덜한 것도 같은 이유다. 두뇌에서 손의 운동감각을 동시에 받아들이느라 통증 신호를 100%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비에 싸인 감각의 세계도 21세기에는 어느 정도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또 전자공학과 생리학이 본격적으로 결합해 응용되면 인간은 전혀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적외선 눈을 가지게 된다고 상상해 본다면 어떨까.

<박상준·과학해설가>